“‘공급이 최고의 약이다’라는 시장에 떠도는 논리들은 잘못된 것.”김병준 당시(5월) 청와대 정책실장), “올 하반기부터는 집값이 잡힌다.”(5월22일 정문수 청와대 경제보좌관)
8ㆍ31대책에 이어 3ㆍ30대책을 내놓은 뒤 집값이 안정되는 기미를 보이자 정부는 시장의 ‘잘못된’ 시각을 바로잡겠다는 포부였는지 지난 5월에 잇따라 주택가격 관련 시리즈 글을 올렸다. 그중에 하나가 공급론에 대한 정반대의 반격이다. “주택가격은 세금이 아닌 공급을 통해 잡아야 한다”는 논리에 강한 역공을 펴면서 ‘공급론의 허상’을 지적했다. 그리고 하반기부터는 집값이 잡힌다는 ‘확신에 찬’ 발언도 이어졌다.
정부가 시장에 손을 든 것인가 아니면 야심작인 8ㆍ31대책이 뿌리째 흔들리는 것일까.
분당 규모의 신도시를 건설하겠다는 갑작스런 발표로 인해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방향점을 잃었다. 물론 8ㆍ31대책은 세금과 공급이 핵심이다. 분당급 신도시 건설도 공급정책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타이밍. 세금으로 집값이 잡힐 것이라던 정부의 확신은 몇 개월이 채 안돼 무너졌다. 집값이 재차 상승흐름을 타고 있는 와중에 성급한(?) 신도시 건설계획을 흘리면서 그 일대는 부동산 투자열기가 다시 들끓고 있다. 신도시를 제대로 건설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라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우려다. 공식발표 전에 불붙은 투자열기로 인해 규제대책 역시 한발 늦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도 “손발이 안 맞아도 너무 안 맞는다. 가격이 꿈틀거릴 때 공급정책을 내놓는 게 과연 그간의 정책방향과도 맞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도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의 성급함을 집중 추궁하는 이유도 결국 이런 위기의식이 담겨 있음을 엿볼 수 있다. 그만큼 자칫 정책 실패를 안겨다줄 수 있는 상황으로 흐를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금과옥조로 여겨오던 8ㆍ31대책이 실패한 것 아니냐는 평가도 정부 내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8ㆍ31대책은 10ㆍ29와 3ㆍ30대책 등 참여정부의 주요 부동산정책을 아우르는 결정판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정부의 분위기는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한 전문가는 “정책과 시장은 따로 놀 수 있다고 수십 차례 지적해왔는데 정부가 이제야 그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