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의 올 경영화두는 `생존조건` 확보다.
SK의 이 같은 경영목표는 지난해 10월 `제주 선언` 이후 계열사들의 당면 과제가 되고 있다. 제주선언은 손길승 그룹 회장과 최태원 SK㈜ 회장, 주요계열사 부회장ㆍ사장단 22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그룹 최고경영자 회의에서 2005년까지 생존조건을 확보하지 못하는 계열사는 정리하겠다고 밝힌 것.
생존조건으로 제시된 3가지는 ▲사업모델 경쟁력 확보 ▲글로벌 수준의 운영효율성 개선(Operation Improvement) ▲경제적 부가가치 플러스(EVA Plus)다. 따라서 SK그룹의 모든 계열사들의 올 경영목표는 생존조건을 확보하는 기반조성에 맞춰져 있다.
그룹 관계자는 "최근 각 사의 경영 환경에 맞는 중장기 경영계획에 해당하는 투비(To- Be)모델을 개발, 강력한 시행에 들어갔다"며 "이들 각 회사에게 2003년은 2005년까지의 생존조건을 달성하느냐 못하느냐의 갈림길이 되는 중요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운영효율성 개선에 집중 = SK 각 계열사는 세가지 생존조건 가운데 2003년에는 `글로벌 수준의 운영효율성(OI:Operation Improvement) 개선`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운영효율개선(OI)은 국내기업들이 선진기업과 비교, 똑같은 자본을 투입하고도 낮은 성과를 내는 이유가 구매에서 생산ㆍ마케팅ㆍ물류 등 경영전반에 걸친 내부 효율이 낮기 때문이라고 보고 비용절감ㆍ생산성 증대ㆍ부가가치 제고 등으로 기업가치를 높이는 경영활동이다.
손 회장은 지난 12월 10여개 계열사 임직원들과 잇따른 모임을 갖고 "모든 관행을 되돌아 보자"며 "기업경영의 원칙과 기본에만 충실해도 20% 이상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각 계열사는 `운영효율성 개선`을 계미년의 경영 키워드로 삼고, 더욱 허리띠를 졸라맨다는 계획이다.
SK가 운영효율성 개선을 올해 경영의 핵심으로 선정한 것은 최근의 경기전망과도 무관치 않다. SK관계자는 " 이라크전 발발 가능성의 고조, 원유가 폭등, 경기회복 여부의 불투명 등 내년엔 경영위험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며 "이에 대비하는 차원에서도 운영효율성 개선은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SK는 지난 98년부터 기업경쟁력 제고를 위한 리스트럭처링(기업구조조정)과 함께 OI를 변화관리 차원에서 도입, 2000년 이후 5,000억원 이상의 재무 성과를 거둬왔다.
SK관계자는 "저비용ㆍ고효율 조직문화를 정착해 세가지 생존조건 중 하나를 내년에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안정속 성장 추진 = SK의 내년도 투자계획을 들여다보면 `안정속 성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SK는 내년 매출 목표를 올해보다 5~10%가량 늘어난 57조~60조원으로 잡았다. 이를 위해 시설투자를 올해 3조8,000억원에서 내년에는 4조원으로 5%가량 증액하고, 연구개발 분야에서도 정보통신과 정밀화학 신소재분야에 6,000억원을 집중투자해 올해(5,000억원)보다 20% 늘리기로 했다.
이 같은 투자기조는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서 필요한 투자는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SK계열사의 한 대표는 "안정을 중심으로 경영을 하겠지만 마케팅과 연구개발 등의 적기 투자가 성공의 가장 중요한 열쇠인 만큼 경영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투자를 집행하겠다"고 말했다.
주요계열사의 투자계획을 보면 SK텔레콤은 WCDMA 분야에 우선적으로 투자를 집중하고 무선인터넷 부문의 컨텐츠 개발에 신규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릴 계획이다. SKT는 올 해 전국 80여개 도시에 인프라를 구축한 `동기식 3G 서비스`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망투자 및 고도화 작업에 나설 예정이다.
SK㈜는 정유업 특성상 기존 시설의 보수유지에 대부분의 투자가 이뤄질 전망이다. 다만 SK㈜가 비전으로 내세운 `혁신적 마케팅 기업`으로 가기 위해 OK캐쉬백, 텔레매틱스 사업인 엔트랙, 중국사업 등에는 투자를 늘려갈 계획이다. 특히 한국전력 발전부문과 가스공사 민영화 참여에 의욕적으로 나서고 있어, 민영화 작업이 가속화되면 추가적으로 1조원 이상의 신규자금을 쏟아부을 것으로 보인다.
SK는 2002년에 당초 계획대로 매출 55조원을 기록, 2001년의 53조원 보다 약 4%가량이 늘었으며, 외자 유치 등으로 부채비율도 연초 140%에서 10% 낮춘 130%대를 기록했다. 결국 SK의 성장목표에 따른 투자는 올 해도 지난해와 같은 향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김대환기자 <경제학박사> d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