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공기업 경쟁력시대] 농수산물유통공사

공기업 최초 민간 CEO 선발'단순한 수출지원 업무에서 벗어나 농업인을 위한 진정한 공기업으로 거듭난다.' 농수산물유통공사(사장 김진배)는 뉴라운드 협상이 타결됨에 따라 농심을 수습하고 경쟁력 확보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떠안게 됐다. 김 사장은 특히 "농수산물 수습조절을 통한 안정적인 내수 기반 확대와 수출농업육성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농수산물 수급조절을 위해 과잉 농수산물을 수매, 수출 및 북한 지원을 통한 국내 수급조절과 국가 신인도 제고에 역점을 두기로 했다. 한ㆍ중 마늘 협상여파로 산지 가격이 떨어진 마늘 1만6,000여톤을 수매해 4,000여톤을 인도네시아로 수출, 산지가격을 지지했다. 공사는 다른 공기업과 마찬가지로 핵심기능 이외의 사업분야를 과감히 정리했다. '군살빼기'차원에서 기존의 4본부 16처실 10지사 2사업소에서 3이사 9처실 6팀 5지사로 개편했다. 구조조정 당시 948명이던 정원은 491명으로 절반가량 줄었다. 또 직급파괴를 통해 능력이 있으면 누구나 팀장을 맡도록 해 직원들의 분발을 유인하고 있다. 조직의 슬림화와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한 결과 직원의 생산성은 97년 4,700만원에서 99년 6,000만원으로 향상됐으며 1인당 순이익도 급격한 신장세를 기록했다. 이와 함께 민간인 전문 경영인을 공기업 최초로 신문공고를 통해 선발, 경영의 합리화를 도모했다. 그 결과 올 상반기 화훼류 상장 경매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가 늘어 240억5,200만원을 기록했다. 공사는 또 한국물산ㆍ매일유업ㆍ노량진 수산시장ㆍ한국냉장 등 투자회사의 민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매일유업의 경우 지난 99년 공사지분 40% 전량을 매각함에 따라 민영화를 완료했고 한국냉장과 노량진 수산시장은 각각 올해 말, 내년 1월말까지 민영화를 끝낸다는 계획이다. 한편 수매 및 수입 농산물의 보관을 위해 전국 10개 지역 12개 비축창고의 정리작업도 실시했다. 냉동ㆍ전기ㆍ하역관리 업무를 민간에 맡겼다. 구조조정은 어떤 공기업보다 가혹했다. 사실 13개 정부투자기관 중 급여와 복리후생 수준은 최하위인데다 인원 감축으로 업무량은 배가됐다. 사원들의 사기가 떨어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이런 사원들의 마음을 이해하는지 김 사장은 "어려운 여건에서도 노하우와 경험을 바탕으로 농수산물 수급조절, 수출농업육성 등을 위해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직원들이 고맙다"고 말했다. 또 농산물 수출진흥 전담 수행 기관이지만 모든 재원을 정부 재정에 의존함으로써 사업 수행의 탄력성과 효율성이 떨어지는 한계점도 있다. 이런 문제를 인식하며 진정한 공기업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농업무역센터가 내년 10월이면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그 위용을 드러낸다. 공사측은 센터가 건립되면 농수산물 수출정보제공 및 컨설팅ㆍ바이어 연결ㆍ국내외 마케팅 홍보ㆍ검역ㆍ통관 지원 등 농산물 수출과 관련된 일관된 시스템 구축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4,800평 규모의 전시장에서는 농수산물 전문 전시회, 국제박람회, 품평회 등을 개최, 국내 판촉 및 해외 수출 기능 촉진을 수행하게 될 예정이다. 공사는 또 일본ㆍ홍콩ㆍ미주 등에 광고를 통한 '김치의 세계화'에 힘쓴 결과, 김치 수출량을 97년 1만2,000톤에서 98년 1만5,939톤, 지난해는 2만3,433톤으로 늘렸다. 농수산업을 수출산업으로 육성하는 한편 WTO출범 이후 농산물 수입 자유화에 대비해 우리 농업의 보호에도 심혈을 쏟고 있다.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고추ㆍ마늘ㆍ양파ㆍ참깨 등의 일정량을 수입해 통상마찰을 피하고 있다. 공사가 농산물의 수입ㆍ방출로 올린 판매 이익금 전액은 농수산물 가격 안정기금에 불입해 농업발전을 위한 재원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런 노력을 통해 김 사장이 밝힌 '강(强)ㆍ소(小) 공공조직'으로 전환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공사가 강도높은 개혁 드라이브로 21세기 농수산물 수급조절기관으로의 변신을 이뤄낼 수 있을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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