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롯데마트 '영업시간 단축' 무산

사전 협의없이 경쟁사 전제조건 내걸고 추진

"물귀신 카드로 명분만 챙긴 꼼수 아니냐" 지적

롯데그룹이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와 야심차게 추진해온 대형마트 영업시간 단축이 결국 백지화됐다. 애초부터 현실성이 떨어지는 경쟁사의 동참을 조건으로 내걸어 롯데그룹만 명분을 챙긴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가 주도한 대형마트 영업시간 단축 계획안이 사실상 무산됐다. 대형마트 1·2위인 이마트(139480)와 홈플러스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혀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는 경쟁사의 비협조가 결정적인 이유로 작용했지만 실상은 롯데그룹의 꼼수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롯데그룹은 지난 2월 새정치민주연합 내 상생협력기구인 을지로위원회를 통해 롯데마트의 영업시간을 자정에서 밤 11시로 1시간 앞당기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영업시간 단축의 전제조건으로 경쟁사 동참을 달아 발표 직후부터 이마트와 홈플러스의 거센 반발을 샀다. 사전에 제대로 된 협의없이 업계 3위인 롯데마트가 일방적으로 경쟁사 동참을 강요하는 '물귀신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것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롯데마트가 영업시간 단축에 대한 진정성이 있었다면 자사가 먼저 실행하는 모습을 보여야 했다"며 "대형마트 3사 합의 후 시행이라는 조항을 넣은 것 자체가 스스로 영업시간 단축에 대한 의지가 없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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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영업시간 단축이 애초부터 무리한 계획이었다는 지적이다. 경쟁사의 동참을 전제조건으로 내건 것도 문제지만 영업시간 단축에 따른 순기능 자체도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 결과적으로 롯데마트만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대승적인 차원에서 영업시간 단축을 결의했다는 명분과 실리를 챙긴 셈이 됐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골목상권 보호와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영업시간 단축이 필요하다면 3사 협의를 통해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며 "하지만 밤 11시에 재래시장을 찾는 비중이 극히 적은 데다 영업시간 단축으로 대형마트의 중소 협력사 매출이 감소하는 등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롯데그룹이 현실성없는 방안을 내놓은 배경에 신동빈 회장의 국정감사 출석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신 회장이 국감장에 소환될 처지에 놓이자 다급하게 대형마트 영업시간 단축이라는 카드를 꺼냈다는 것이다. 국회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신 회장과 허인철 당시 이마트 대표, 도성환 홈플러스 사장을 대형마트의 골목상권 침해와 관련한 증인으로 채택했다. 하지만 롯데그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상생협력위원회 출범에 합의한 뒤 신 회장의 증인 채택은 취소됐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좋은 의도로 영업시간 단축을 선언했는데 당초 취지가 왜곡되는 것이 안타깝다"며 "지금이라도 이마트와 홈플러스가 합의한다면 얼마든지 시행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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