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글로벌 리더] 에리 닐슨 볼보건설기계코리아 사장

"해비타트 운동은 전시성 기부아닌 자발적 이웃사랑"올 여름 에릭 닐슨(43) 볼보건설기계코리아 사장은 '맥가이버'라는 별명을 얻었다. 지난 4~10일 경북 경산에서 열렸던 '해비타트-한국번개건축 2002' 건설 현장에서 금발의 미국인이 손 때 묻은 자신의 공구를 들고 능숙하게 자재를 나르고 지붕을 올리던 모습을 보고 함께 참여했던 자원 봉사자들이 붙여준 애칭이다. "해비타트 운동은 금전이나 서비스를 무상으로 지원해주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집을 필요로 하는 이웃들이 직접 자신들이 살 집을 짓는 현장에 나가 자신이 갖고 있는 기술과 능력을 나눈다는 것은 매우 뜻 깊은 일입니다." 마치 바로 직전까지 보람의 현장에 있다가 빠져 나온듯 환한 미소를 짓는 닐슨 사장은 해비타트의 정신 가운데서도 어려운 이웃들이 자립적으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점에 굉장한 자부심과 매력을 느끼는 듯 했다. 그는 이 행사에 참여하면서 보람을 느낄 수 있었던 것 외에도 직원들과 인간적으로 가까워진 것을 매우 기뻐했다. 연일 쏟아지는 폭우 속에서 너나할 것 없이 힘들게 작업을 하면서 회사라는 고정적인 일터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교감을 직원들과 나눴다고 한다. "업무로만 만나던 직원들이나 얼굴만 스쳐 지나가던 직원들과 함께 땀 흘리고 생활하면서 정을 쌓아갔습니다. 작업을 하는 시간이 대부분이어서 많은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육체 노동을 하면서 공유했던 시간들은 의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그는 또 이번 현장에서 한국 여성들의 활동력을 새롭게 확인했다고 한다. 그는 심지어 한국 여성들이야 말로 한국이 갖고 있는 숨은 역량이라고 서슴없이 말했다. "미처 깨닫지 못했던 한국 여성들의 잠재력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한국 여성들은 작고 마른 체구여서 건축 일을 잘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무거운 짐을 혼자서도 잘 들어 나르더군요. 현장에서 이들의 힘은 너무나 컸습니다." 휴가도 반납한 채 참여한 시간이지만 너무도 큰 보람을 느꼈다는 닐슨 사장은 최근 한국에서도 기부 문화가 발전하는 것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국은 아직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기부 문화가 싹트는 단계이지만 점차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올 것입니다. 한국은 경제 개발에 치중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기 시작하면서 (개인적으로) 기업과 개인들이 사회에 대한 책임감을 강하게 느끼고 있는 증거를 점차 많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이번 행사에서 아쉬운 점도 많은 듯 했다. 지난해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방한해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사회적으로도 깊은 관심을 보였던 반면 올해는 그렇지 못했던 것이 계속 마음에 걸리는 모습이었다. "보여주기 식의 기부 행위보다는 해비타트의 의미를 자발적으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이 점은 볼보가 강조하는 인간 존중의 가치와 일맥상통합니다. 볼보가 해비타트에 참가하는 것은 지역 사회에 기여하는 동시에 회사의 이념을 실현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닐슨 사장은 자신의 집짓기 경력이 25년쯤 된다고 말한다. "미국에서 어린 시절 부모님을 도와 우리 가족이 살 집을 두 번이나 지어봤습니다. 건축 작업은 내게 매우 익숙하고 친근합니다. 개인적으로 집 짓는 일을 매우 좋아하기 때문에 해비타트 현장 역시 보람도 있지만 재미도 상당합니다." 그는 현장에 참여했던 20여명의 직원들의 반응도 매우 좋았다고 했다. 지난해 직원들이 행사 참여에 만족했기 때문에 올해도 주저 없이 해비타트를 지원하게 됐고, 내년에도 마찬가지로 그를 포함한 볼보식구들이 그 자리에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건설 현장에 투입된 볼보의 굴삭기가 작동하는 모습을 다른 자원 봉사자들이 보면서 볼보는 부수적인 홍보의 기회도 얻고 있습니다." 해비타트는 볼보건설기계코리아에게 여러 측면에서 최고의 기회라는 것이 닐슨 사장의 자평이다. ◆해비타트 운동이란. 미국의 밀러드 플러 부부가 기업ㆍ교회ㆍ독지가들의 도움을 받아 지난 76년부터 빈민들의 주택문제를 해결하려고 시작한 민간활동. 한국에선 지난 92년부터 이 활동이 시작됐다. 해비타트의 지원을 받는 입주 가정은 반드시 건설 현장에 참여해야 한다. 또 입주 후 일정 금액을 갚아야 한다. 상환금은 또 다른 무주택 서민을 지원하는데 사용된다. 한편 볼보건설기계코리아는 올해 한국사랑의집짓기 운동연합회의 주택 건설 프로젝트에 2,400만원 상당의 장비를 포함, 총 8,800만원을 지원했다. ◆라이프스토리 에릭 닐슨 사장은 80년 미시간 공과대학 기계공학과를 우등으로 졸업한 뒤 미국 해저드 엔지니어링의 컨설팅 엔지니어, 애머샴의 프로젝트 엔지니어 등으로 일했다. 이후 88년 시카고 대학에서 금융ㆍ국제 비즈니스 분야의 MBA를 취득, 94년 스웨덴 볼보건설기계 부품사업부의 사업 통제 및 정보 시스템 담당 부사장으로 볼보와 인연을 맺었다. 98년 볼보건설기계코리아가 설립되면서 재무담당 부사장을 지낸 뒤, 2000년부터 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원포인트스피치 "내가 대접 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접해 주라(Treat others as you want to be treated)" 닐슨 사장이 회사를 경영하면서 가장 중시하는 가치다. 이는 볼보가 강조하는 인간 존중의 정신과도 연관성이 깊다. 닐슨 사장은 볼보의 3대 핵심 가치 중의 양대 축인 안전과 환경은 인간을 중시하는 기업 이념을 잘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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