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크게 위축됐던 기업 설비투자가 지난 2003년 이후 다시 살아나고 있으며 앞으로도 안정적인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4일 발표한 ‘재무 구조조정 측면에서 살펴본 최근의 설비투자 추세’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대기업 위주인 상장사의 경우 재무적 측면에서 설비투자 애로요인이 거의 해소됐다고 평가했다.
외환위기 이후 침체를 거듭하던 설비투자는 2000년 한 해만 제외하면 2002년 23조7,000억원에서 지난해 46조9,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설비투자 증가율 역시 2001년과 2002년 연속 마이너스를 보이다 2003년 32.8%로 크게 확대된 후 증가율은 다소 떨어졌지만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KDI는 설명했다.
KDI는 특히 상장사들의 순익이 늘고 자본규모가 커지면서 지난해부터 금융부채가 98년 이후 처음 증가했음에도 부채비율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며 수익 증가세만 유지되면 설비투자는 안정적 흐름을 보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상장기업의 부채비율은 97년 외환위기 당시 312%에서 지난해에는 82%로 크게 떨어졌다.
이와 함께 중소기업이 다수인 비상장 기업들도 2003년 20.4% 감소를 시작으로 2004년 -13.2%, 2005년 -13.0% 등으로 두자릿수의 감소행진을 거듭해오던 명목 설비투자 증가율이 지난해 들어 4년 만에 처음으로 1.0% 증가해 감소세가 진정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비상장 기업의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진전됐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KDI는 설명했다.
임경묵 KDI 연구위원은 “부채 구조조정이 일단락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향후 상장사의 설비투자는 수익성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며 “그 수준은 외환위기 이전보다는 낮지만 최근 수준에서 안정적 모습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중소기업의 수익성이 전반적으로 큰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비상장 기업의 설비투자 회복에 부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