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땅을 쳤고, 파라과이는 월드컵 8강의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일본은 30일 (한국시간) 남아공 프레토리아 로프투스 페르스펠트에서 열린 남아공월드컵 16강전에서 남미 강호 파라과이를 상대로 분투했으나 승부차기에서 3-5로 패했다.
일본과 파라과이는 전ㆍ후반 90분과 연장30분까지 더해 120분 동안 혈전을 펼쳤으나 0-0 무득점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해 이번 대회 처음으로 승부차기를 벌였다.
그러나 일본은 세 번째 키커로 나온 고마노 유이치(주빌로 이와타)가 찬 공이 크로스바를 맞고 공중으로 떠오르면서 승부차기에서 3-5로 패했다. 고마노는 자신의 공이 크로스바를 맞자 머리를 감싸 쥐고 괴로워했으며 파라과이 선수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이로써 이번 대회에서 한국과 함께 월드컵 사상 첫 원정 16강 역사를 쓴 일본마저 탈락하면서 아시아팀은 모두 짐을 싸고 말았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나 객관적인 전력에서 일본(45위)은 파라과이(31위)에 다소 뒤졌지만, 경기 내용에서는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벌이면서 밀리지 않았다.
일본은 파라과이와 통산 전적에서 1승3무2패로 뒤졌지만 2000년 이후 세 차례 치른 경기에서는 1승2무로 앞선다는 점에서도 자신감을 얻었다. 그러나 단 한 번의 승부차기 실패로 허망하게 무릎을 꿇고 말았다.
외신들은 약속이나 한 듯 일본의 경기내용에 대해 혹평을 쏟아내고 있다. 영국의 데일리 미러는 일본이‘지루한 수비 축구’를 하다가 침몰했다고 보도했다. 일본이 3-1 완승을 거둔 지난 덴마크전에서 보여준 투지는 간데 없고 극단적인 수비 위주의 전술을 들고 나와, 재미없는 축구를 했다는 것이다. 데일리 미러는 이어 “오카다 다케시 일본 대표팀 감독은 겁쟁이인 것 같다”며 힐난했다. 영국의 BBC도 “일본은 몇 차례 기회도 잡지 못했다. 그나마 마츠이 다이스케의 슈팅마저 크로스바를 맞고 나왔다”며 경기를 총평했다. “초반 20분 외에는 볼 필요가 없는 경기였다. 2시간 동안 지루함의 연속이었다”는 대중지 더 선의 평가도 있었다.
반면 일본 언론들은 8강 진출 실패에 아쉬움을 나타내면서도 16강이라는 성과를 이룬 데 자부심을 보였다. 니칸스포츠는 “사상 첫 8강 진출은 이루지 못했지만 위대한 경기를 했다”고 보도했다. 스포츠호치도 “2002년 한일월드컵에 필적하는 성적을 원정에서 달성한 것만으로 성공이다”고 평가했다.
한편 오카다 다케시 일본 축구대표팀 감독은 패배직후 사퇴의사를 밝혔다. 오카다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아마 더는 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이번 대회를 마지막으로 대표팀 감독에서 물러날 뜻을 밝혔다고 일본의 닛칸스포츠가 보도했다.
‘4강이 목표다’면서 이번 대회를 앞두고 큰소리를 쳤던 오카다 감독은 비록 목표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일본의 월드컵 원정 첫 승리와 16강을 동시에 이뤄낸 감독으로 일본 축구사에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