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칼럼] 정치의 약속, 경제의 약속


여야는 2월 임시국회에서 취득세 감면기한을 6개월 연장하기로 했다. 설 직전이던 지난 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지난해 말로 종료된 취득세 감면을 1월1일로 소급하고 올 6월 말까지 연장하는 지방세법특례제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세수감소를 우려한 지방자치단체의 반발과 1년 연장할 경우 부동산시장에서 오히려 거래시점을 하반기로 늦추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 점을 감안했다고는 하지만 본질적으로 돈(재원)의 문제였다.

침체된 부동산경기를 살리기 위해 지난해 하반기 국회를 통과한 취득세 감면조치가 4개월에 불과해 시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를 연장해야 하는 데 정치권의 공감이 있었다. 그만큼 부동산시장의 침체는 심각했다.


취득세 감면 조치는 그러나 또 한편으로 지방 재정의 주름을 예고했다. 1년 연장할 경우 세수감소분은 2조9,000억원에 달했다. 가뜩이나 재정이 부실한 지자체로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이 때문에 올 초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시도지사들 간의 만남에서 이는 주요 의제가 됐고 박 당선인은 재정에서 보전해주기로 약속했다. 이번 감면 연장을 하면서 여야는 6개월 분에 해당하는 1조 4,500억원의 돈을 재정에서 보전해주기로 했다.

오는 25일 출범하는 박근혜 정부는 이 같은 돈의 문제에서 뾰족한 해법을 가지고 있지 못하는 듯하다.

당장 나라살림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는 8일 지난해 국세 징수실적이 당초 예산안을 짤 때보다 2조8,000억원이 적은 203조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해 경기를 반영하는 법인세와 소득세 등을 감안할 경우 올해 나라살림도 팍팍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럼에도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박 당선인이 지난해 대선에서 약속했던 공약사항에 대해 수정이 필요하다는 여론에 귀를 닫고 있는 듯하다.


당장 큰 돈이 들 것으로 예상되는 기초연금 문제부터 암ㆍ심장ㆍ뇌혈관ㆍ희귀성 난치질환 등 4대 중증질환 전액 국가부담은 명확한 해법이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언론은 연일 이 같은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있지만 인수위에서 돌아오는 대답은 원론적인 것이다. 원칙과 신뢰의 정치인인 박 당선인이 한번 한 약속은 지킨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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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세 이상 모든 국민이 20만원 이상을 지원받게 하겠다는 기초연금은 논란을 거듭하고 있다. 이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지만 결론은 명확하지 않다.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원칙론과 재원 문제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듯하다.

4대 중증질환의 국가부담 역시 마찬가지다. 국가가 보장하겠다고는 하지만 병실료와 간병비, 선택진료비 등의 포함 여부를 놓고 말들이 계속되고 있다. 또 어떤 항목이 포함되는지에 따라 이에 들어가는 돈의 규모가 15조원 이상 차이가 난다.

여기다 복지 등의 지출이나 아니라 재원을 만드는 방법에도 의문점이 많다. 세출 구조조정과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확대되는 복지 재원을 감당하겠다고 했지만 실제 가능한지에 대해서 의구심을 갖는 시각이 많다.

세출 구조조정의 경우 이미 국가가 해오던 사업을 줄임에 따라 결국은 서민의 입장에서는 복지와 마찬가지인 혜택이 줄어들게 되는 딜레마에 빠지고 있다. 지하경제 양성화 역시 인수위나 당선인 측이 추계하는 추정치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경제학 교과서의 첫 페이지는 제약곡선을 가르친다. 한정된 재화와 용역을 나타내는 이 제약곡선은 경제, 즉 현실 문제 해결의 기본적인 틀이 된다. 이 틀 바깥의 문제는 해결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영역이다.

물론 정치는 이와 다르다. 이 때문에 선거가 끝나면 이같이 정치와 경제의 영역은 충돌한다. 결국 방향을 제시하는 정치의 약속이 경제현실을 감안해 수정되고 보완되는 것이다. 경제는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가리지는 않더라도 쥐를 잘 잡는 고양이는 선택한다. 박 당선인의 결단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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