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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觀)·철(哲)·열정 3박자를 갖춘 리더가 돼야 합니다. 과거의 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완전히 새로운 미래의 주역으로 성장하려면 지식과 신념, 그리고 열정을 가진 인간이 돼야 합니다." 홍성국 KDB대우증권 사장은 성균관대 다산경제관에서 열린 '대학생을 위한 CEO 특강'을 통해 앞으로의 미래는 전환형 복합불황의 진행으로 과거와는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질 것이기 때문에 자기 주변의 가벼운 변화라도 놓치지 말고 치열하게 공부해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사장은 "전 세계가 과거 일본이 겪었던 불황을 뒤늦게 겪으면서 기존의 경제학 등 학문으로 설명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대전환이 일어나고 있다"며 "앞으로 한국 사회는 물론 인류 전체가 겪게 될 전환에 대해 분명한 인식을 가져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과거에 대한 관심과 관성과 과감히 결별하고 '미래에는 OOO 하게 변화할 것이니, 그래서 OOO해야 한다'는 식의 인식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홍 사장은 지난 1986년 대우증권에 입사해 법인영업부, 투자분석부, 홀세일사업부, 미래설계연구소 등을 거쳐 지난해 대우증권 공채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대우증권 사장에 취임했다.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대우증권의 '싱크탱크'인 리서치센터를 총괄하며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를 예상한 '디플레이션 속으로(2004년)' 등 경제 전반에 걸친 다양한 저서들로 경제·미래학자로의 면모도 보여왔다.
홍 사장은 이날 CEO이자 이코노미스트로서, 그리고 인생선배로서 대학생들에게 글로벌 경제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과 전망을 제시하고 한 회사에서 30년 가까이 몸담으며 신입사원에서 사장까지 오르는 동안 스스로 실천한 '성공 노하우'도 들려줬다.
홍 사장은 전 세계의 일본화(Japanization)에서 전환의 단초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사장은 "일본은 장기 저금리 상황 속에서 500조엔대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0년째 이어지고 있다"며 "3,200만명에 달하는 노인 인구로 경제와 사회의 활력이 떨어지고 소비가 줄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홍 사장은 일본의 과거 불황에서 나타난 현상들이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의 분석 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홍 사장은 "일본 정부의 경제정책 목표는 물가상승률 2% 상승인데 전 세계 국가들 중에 이런 국가가 어디 있느냐"며 "일본의 경우 경제성장이 정체되면서 국채금리가 떨어지고 소비가 감소하는데 저축률이 함께 떨어지는 현상을 여러분이 배우는 과거의 경제학으로 설명할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과거의 지적 고민으로 설명이 잘 안 될 정도로 엄청난 전환기이다 보니 갈등도 생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홍 사장은 이런 변화 속에 산업을 바라보는 눈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에 잘 나가 현재 거대한 모습을 갖고 있는 산업보다 앞으로 성장할 수 있는 산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홍 사장은 "한국은 최근 10년간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공급이 많이 된 산업인 철강·화학·정유·기계·조선·건설 산업 의존도가 매우 높다"며 "이들 산업에 대한 한국경제의 의존도는 약 40%로 전 세계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대우증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신흥국의 투자 비중이 가장 높은 산업은 에너지(46%), 소재(16%), 유틸리티(13%), 산업재(8%) 순이다. 한국 경제 의존도가 높은 산업에 중국이 집중 투자함으로써 공급과잉에 따른 한국경제의 위기가 코앞에 와 있다는 것이다.
홍 사장은 한국은 중국의 산업지도 변화를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들어 외국인의 중국 시장 투자가 제조업에서 문화레저·금융·운송·도소매 등으로 변화하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홍 사장은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들의 업종은 산업디자인,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으로 생산에서 디자인·브랜드로 넘어가고 있다"며 "한국 증시 시가총액 순위 변동을 살펴봐도 아모레퍼시픽·네이버·강원랜드·코웨이·한샘 등이 대거 포진해 과거와는 다른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홍 사장은 이 같은 변화의 본질을 총 9가지로 정의했다. △환경오염 △혁신의 한계 △사회 양극화 △공급과잉 △인구감소 △부채사회 △글로벌 불균형 △인간성의 변화 △리더십의 위기 등이다. 환경오염 문제의 경우 인류가 탄생한 후 단 한번도 겪어 보지 못한 문제이고 기술혁신의 경우 먼 미래에는 가능한 일이겠지만 적어도 수십년 안에 바이오기술의 놀라운 혁신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홍 사장은 단기적으로 가장 큰 문제로 다가올 변화로 부채를 꼽았다.
홍 사장은 특히 일본의 아베노믹스에 대해 "위험한 경기부양책"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아베노믹스는 최근 3년간 200조엔의 돈을 풀어 경제를 살렸지만 그만큼 국가부채는 늘었다"며 "은행, 보험, 외국인들은 더 이상 이를 감내하지 못하고 일본의 국채를 외면하고 일본중앙은행(BOJ)만이 국채를 사들이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면 대재앙이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한국의 가계부채 문제, 유럽과 미국 등의 국가부채도 상당한 위험 수준에 도달해 이를 먼저 해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홍성국 사장은
△1963년 충남 연기 △1982년 고려고 졸업 △1986년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1986년 대우증권 입사 △2006년 리서치센터 총괄 상무 △2011년 미래설계연구소장 △2012년 리서치센터 총괄 부사장 △2014년 대우증권 사장 ◇저서 디플레이션 속으로(2004), 세계 경제의 그림자, 미국(2005), 미래설계의 정석(2012년), 세계가 일본된다(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