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건물과 함께 호흡하는 그림

이상남 작품 7점 강남 LIG손해보험 빌딩 전시

Arcus+Spheroid. 1005


점과 직선의 기하학적 도형들의 파도 위에서 헤엄치는 듯한 거대한 타원형. 서울 강남의 LIG손해보험 빌딩을 방문하는 손님들은 로비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 거대한 벽화에 시선을 빼앗기고 만다. 1층 로비 안내 데스크 뒷면을 장식하고 있는 두 개의 거대한 벽화 ‘Set+Spheroid, 1002’ ‘Set+Spheroid, 1003’은 핑크와 초록의 직선 배경을 뚫고 나오려는 듯 꿈틀거리는 타원형의 강력한 기운이 로비를 감싼다. 마치 이 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을 부둥켜 안고 춤이라도 추려는 태세다. 최근 새로 문을 연 이 LIG손해보험 빌딩의 1~2층의 벽면을 생동감 넘치는 예술 공간으로 변화시킨 이는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화가 이상남씨. 이 빌딩 1, 2층에는 ‘Arcus+Spheroid 1001’을 비롯해 그의 최근작 5점, 7층에는 ‘Set+Spheroid 1006’등 2점이 전시돼 있다. 1층 로비의 흑백 이미지 ‘Arcus+Spheroid 1001’에는 아치 문양과 타원형의 도형들이 마치 나눗셈 기호와 같은 점ㆍ선의 집합체들 사이를 움직이면서 떠다닌다. 2층 로비엔 이 작품이 놓여진 바로 그 위치에 ‘Arcus+Spheroid 1004’가 걸려있다. 2층에 올라와 이 작품을 보면 1층의 ‘Arcus+Spheroid 1001’을 천정에 가깝게 배치한 이유를 알 수 있다. 천정을 뚫고 올라갈 듯한 ‘Arcus+Spheroid 1001’의 도형들은 2층 로비의 ‘Arcus+Spheroid 1004’와 만나 극적 긴장감을 일궈낸다. 하나로서 충분히 완성된 의미를 전달하는 각각의 작품이 만나 또 다른 미적 상승 효과를 만들어 낸 것이다. 7층 대회의실 안과 밖에는 12m 길이에 달하는 대작 ‘Set+Spheroid 1006’과 명상적 분위기의 ‘Set+Spheroid 1007’이 걸려있다. 길게 가로로 뻗어있는 직선들 위에 조화롭게 배치돼 있는 기하학적 도형의 세계는 마치 동양적 선의 세계를 평면 위에 압축해 놓은 듯한 느낌을 준다. 화가 이상남을 “동양의 정서를 서양화 기법으로 표현하는 데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작가”로 부르는 이유다. 이상남은 이번 프로젝트 작품의 모든 그림 바닥 면에 동양의 전통 공예 재료인 옻을 사용했다. “군더더기 장식을 버리고 사물을 극도로 압축해 표현하는 데 옻만한 재료는 없지요.” 이씨는 이번 작업을 하면서 변형이 적고 견고한 특성이 있는 옻이란 재료에 푹 빠졌다고 전했다. 대형 환경 조형물에 따라붙는 상투성을 파괴한 이씨의 작품들은 철근과 시멘트 덩이의 삭막한 빌딩을 생동감 넘치는 유기체로 변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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