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두산, 총수 재판 마무리…지배구조 개선 '가속'

두산, 총수 재판 마무리…지배구조 개선 '가속'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관련기사 • '두산비리' 박용오·용성씨 항소심도 집유 두산그룹은 21일 오너 일가에 대한 법원의 항소심 선고로 형제의 난이 사실상 일단락됨에 따라 지배구조 개선 로드맵 시행에 한층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두산그룹은 최근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의 구속 등 사법부가 재계에 대해 강경한 자세를 보여 잔뜩 긴장했지만 박용성 총수 일가에 대해 항소심에서도 실형 선고를 내리지 않자 적잖이 안도한 표정이다. 두산 관계자는 "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깊이 반성하고다시 태어나는 기분으로 수익 창출과 이의 사회 환원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두산은 지난해 11월 박용성 전 그룹회장의 전격 사퇴 이후 마련한 지배구조 개선 로드맵을 적극적으로 실시해 그룹 경영 안정화에 총력을 쏟을 방침이다. ◇다사다난했던 1년간의 두산 분쟁사 = 두산그룹의 '형제의 난'이 일어난 것은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년전이다. 지난해 7월 18일에 박용성 회장이 형인 박용오 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넘겨받는다고 했을 때 재계에서는 형제간의 우애에 박수를 보내며 '형제경영'의 모범으로 칭송했다. 하지만 박용오 전 두산 회장은 불과 사흘 뒤인 7월 21일 박용성 회장과 박용만 부회장이 1천700억원대의 불법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검찰에 투서하고 박용성 회장이강력히 반발하면서 '형제간의 진흙탕 싸움'이 표면화됐다. 결국 박용오 전 회장은 두산 가문에서 퇴출당하는 설움을 맛봤고 박용성 회장과박용만 부회장은 그룹 회장직과 부회장직에서 물러나면서 두산그룹 3세대 오너 3인방이 모두 경영일선에 물러나게 됐다. ◇두산 지배구조 개선 '제자리' = 두산은 지난해 11월 박용성 회장이 전격 사퇴한 뒤 유병택 ㈜두산 부회장 주도 아래 비상경영위원회가 발족해 지배구조 개선 로드맵을 실시해왔지만, 오너 일가의 재판이 끝나지 않아 그동안 외국인 최고경영자 임명 등 굵직한 사안들이 유보돼왔다. 두산은 비상경영위 산하에 투명경영, 지배구조개선 태스크포스(TFT)를 구성해 ㈜두산 강태순 사장과 네오플럭스 김용성 사장이 각각 팀장을 맡아 로드맵을 작성했지만 아직 가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두산 관계자는 "로드맵은 다 짜놓았지만 아직 재판이 끝나지 않아 그대로 밀어 붙이기가 솔직히 힘든 상황이었다"면서 "이제 재판도 마무리됐으니 경영진 또한 소신대로 지배구조 개선 로드맵을 밀어부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은 지난 3월 각 계열사 주총을 통해 서면투표제와 내부거래위원회 설치 등을 확정한 뒤 이사회 결의로 내부거래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등 관련 운영규정을 제정하고 시행에 들어가는 등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지배구조 개선 로드맵의 핵심 사안인 3년내 지주회사 전환에 대한 청사진이나 올 상반기까지 외국인 CEO를 영입하겠다는 방침은 아직까지 답보 상태에 머물고 있다. 두산의 한 임원은 "외국인 CEO 영입은 지금도 추진 중이며 현재 해외 유명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구체적인 협상을 하고 있어 올 하반기까지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주회사 전환 또한 아직 2년 반정도의 시간이 있으니 기다려달라"고 해명했다. ◇두산 사업 탄력받나 = 두산은 총수 일가 비리로 거대 중공업그룹으로 도약 선상에서 주춤거렸다. 인수.합병(M&A)을 통해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를 주력 계열사로 인수한 두산은 해외건설 부문의 약점을 메우려고 대우건설 인수전에 의욕적으로 뛰어들었지만총수 일가 비리로 도덕성에 감점을 당하면서 입찰에 고배를 마셨다. 또한 지난 1월 두산중공업은 원전 및 발전기기업체 웨스팅하우스 인수전에 뛰어들었다가 일본 도시바에 뺏겨 원자력 분야의 획기적 도약이 좌절되기도 했다. 하지만 두산은 오너 일가 재판이 마무리됨에 따라 경영진의 공격적인 지침을 바탕으로 해외로 눈을 돌릴 계획이다. 이미 두산은 지난 5월 루마니아 발전설비 소재 생산업체인 크배르너 IMGB사를 인수하면서 해외 기업 M&A에 대한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또한 두산은 거대 중공업그룹 도약을 위해 조만간 국내 시장에 매물로 나올 쌍용건설, 동아건설 그리고 대우조선해양의 입찰에 참여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두산 고위 임원은 "국내가 쉽지 않다면 해외에서 적극적인 M&A를 통해 규모를 키울 계획"이라면서 "국내의 경우에도 일부 건설 및 중공업체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산 경영권 승계 '답보' = 두산은 전통적으로 경영권을 형제가 계승하는 원칙을 지켜왔지만 지난해 총수 일가 비리가 터진 뒤 경영권 승계 작업이 답보 상태에빠졌다. 두산그룹은 전문 경영인 체제로 계열사를 운영하고 외국인 CEO를 영입하겠다고 밝혔지만 오너 3세들의 지배 구조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박용만 부회장이 그룹에서 물러났지만 계열사 직함이 있는데다 박용성 회장 등 3세들이 여전히 대주주로서 권한을 직.간접적으로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산 3세들이 비리 관련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검찰로부터 기소를 당하지 않은 4세들이 전면에 나설 수 있다. 다만 문제는 부친 세대의 `형제의 난'으로 그룹 이미지가 실추된 만큼 당분간은비상경영위를 통한 전문 경영인 체제를 유지할 공산이 크며 여론이 잠잠해진 뒤 경영권을 노릴 가능성이 있다. 두산이 장자를 우선으로 하는 `가족 경영'을 원칙으로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박용곤 전 회장의 장남 박정원 두산산업개발 부회장이 유력한 후보자이기는 하지만 박용성 회장의 장남인 박진원 두산인프라코어 상무 또한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두산 관계자는 "이제 재판이 마무리된 상황에서 벌써부터 4세 경영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시기상조다"라면서 "그룹 방침은 각 계열사가 전문경영인 체제로 가야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입력시간 : 2006/07/21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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