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차기회장에 조석래 회장 추대
재계, 갈등 봉합·위상회복 기대정부 반기업정책 비판등 제목소리 필요관료중심 사무국 혁신·대외사업 강화도
이규진 기자 sky@sed.co.kr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명실상부한 재계의 구심점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번에 신임 회장 체제를 갖추고도 과거의 무기력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전경련의 존재가치 자체에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마저 제기되고 있다.
26일 전경련에 따르면 이날 오후5시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강신호 전경련 회장, 조석래 효성 회장 등 8명의 회장단이 모여 회장 추대를 최종 논의했다. 회의 결과에 대해 전경련 측은 "결정된 바 없다"고만 밝혔으나 조 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추대하기 위해 막바지 의견조율 작업을 한 것으로 보인다. 강 회장의 재추대 고사 사태처럼 일부 회장들이 내정된 인사를 거부하는 불상사가 다시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완벽한 합의를 이끌어내려는 모습이다.
재계에서는 누가 새 회장이 되든 지난 수년 동안 실추된 전경련의 위상을 회복하고 시대변화에 걸맞게 활발한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하는 일대 개혁작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새 회장은 그동안 전경련의 위상이 땅에 떨어졌다는 비판을 수용해 조직에 활기를 불어넣는 동시에 신규 사업들을 활발히 벌여야 한다"며 "재계의 뜻을 한데 모아 반기업 규제 등에 대한 재계의 목소리도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계 갈등 봉합 시급=전경련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누적돼온 재계의 갈등을 해소하는 '내치'.
강 회장 재추대에 대한 내부반발, 특히 김준기 동부 회장의 부회장 사임 등과 같은 최근의 사태는 전경련이 처한 현재의 위기를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이번 신임 회장 추대과정은 전경련 출범 이래 유례가 없을 정도로 어렵게 진행됐다. 그만큼 전경련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재계가 '동상이몽'의 불협화음을 내고 있었다는 방증이다.
신임 회장 체제가 이 같은 내부 문제들을 근원적으로 치료하지 않고 표피적인 봉합에 그칠 경우 새로운 전경련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재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일단 각 그룹 회장들의 의견을 여과 없이 받아들이고 이를 조정, 강력한 컨센서스를 이뤄내는 것이 시급하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4대그룹 위주로 운영돼온 전경련이 중견그룹 이하 기업들의 불만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대정부 발언 높여야=지난 2003년 직무대행으로 강 회장이 회장직을 이어받은 후 전경련은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온화한 성품의 강 회장이 직접적인 대정부 비판을 피하는 대신 전경련 사무국을 통한 건의 형식으로 대정부 발언을 해온 탓이 크다. 이는 정부가 출자총액제한, 수도권 규제, 상법 개정 등 기업활동에 반하는 여러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전경련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모습으로 비쳐졌다. 실제로 전경련 회장이 이런 반기업 정책에 강도 높은 비판을 하지 못하는 데 대한 재계의 불만이 물밑에서 상당한 수준으로 내연해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사무국 혁신ㆍ사업 강화 필요=기업가가 아닌 관료 출신이 부회장과 전무를 맡아 사무국을 이끌고 있는 점도 개선해야 할 것으로 꼽힌다. 비즈니스의 속성에 대해 상대적으로 한발 떨어진 곳에서 기업의 경영활동을 이해했었다는 점에서 재계의 정서나 피로감을 제대로 읽어내는 데 실패했다는 지적도 상당하다.
실무총괄인 전경련 사무국의 혁신도 필요하다. 그동안 내부조직 슬림화에만 치중, '몸집은 줄였지만 그 이상으로 파워를 약화시킨' 우를 범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혁신은 필요에 따라 몸집을 늘리는 방향으로도 진행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규제, 반기업 정서와 같은 잘못된 기업환경을 개선하고 고령화ㆍ청년실업 등의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경련이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며 "재벌의 이익만 대변한다는 편견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상생을 위한 대외사업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입력시간 : 2007/02/26 1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