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미국 장기호황] 3. 돈이 흘러넘치는 월가

이같은 사고방식의 변화는 직접투자 증가세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지난 95년까지 직접 주식을 소유한 미국인 가구의 비중은 15%였으나 98년에는 19%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중 1,000만명 이상의 신규 주식투자자가 늘어났던 점을 감안하면 직접투자자의 절대규모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투자상담사 헨리 자피섹씨는 『많은 투자자들이 뮤츄얼펀드에 싫증을 내고 있다』며 『고객들은 최고 25배까지 오를 수 있는 주식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뮤츄얼펀드 등을 통해 간접투자에 주력해왔던 미국인들의 주식투자행태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현재 미국인 주식투자자는 뮤츄얼펀드, 연금 등을 통한 간접투자자까지 합해 8,500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미국인 가계 금융자산중 주식의 비중도 89년의 28%에서 98년에 54%로 늘어났다. 이에 힘입어 뮤츄얼펀드규모는 98년말현재 5조5,000억달러에 달하며 이중 3조달러가 주식에 투자되고 있다. 또 연금의 일종으로 주식투자비중이 높은 401K의 규모도 1조5,000억달러에 이른다. 최근 2~3년의 증시 활황이 미국인들의 주식투자붐을 부추겼고 이는 다시 증시에 들어오는 신규자금을 급속도로 늘리면서 상승세를 불러오는 순환구조가 지속되고 있다. 심지어 빚을 얻어 주식투자에 나서는 사람도 적지않다. 지난해 주식투자용 가계대출이 95년의 786억달러에서 98년에 1,550억달러로 늘어났을 정도. 저축율이 0%에 가까운 상황에서 차입금으로 주식투자에 나서는 미국인이 늘고 있는 것이다. 금리하락, 기업의 수익증대 등의 기본적 요인과 함께 기업연금제도의 변화, 베이비붐세대들의 노후용 뮤츄얼펀드 투자 증대 등이 주식투자열기 확산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여기에 온라인트레이딩 활성화, 수수료 인하 등 기술발전이 신세대들의 투자열풍을 불러오면서 주식투자인구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 벤처 캐피탈도 월가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벤처이코노믹사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내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는 482억달러로 98년 193억달러의 2.5배수준에 달했다. 벤처기업 투자의 증가는 그만큼 새로 등장하는 우량기업을 늘리고 이들의 상장이 다시 증시를 달구는 선순환고리를 만들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 힘입어 최근 호황국면에서 미국의 5,000개이상 기업이 3,000억달러이상의 자금을 증시에서 조달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주식발행을 통해 안정적인 장기자금을 손쉽게 조달할 수 있다보니 그만큼 재무구조가 탄탄해지고 수익성도 좋아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번 호황국면은 월가의 폭발적인 상승세로 인해 기관뿐 아니라 개인투자자들의 호주머니까지 두둑하게 만들어줘 소비증가를 불러오고 있다. 경기호황과 증시활황이 선후관계를 따지기 힘들 정도로 함께 나타나면서 미국인들의 정서마저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80년대말 90년대 초반의 음울했던 분위기가 완전히 사라지고 「팍스아메리카나시대」가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는 낙관론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로렌스 서미스 미 재무장관은 『지난 90년까지만 해도 미국 기업들이 세계시장에서 제대로 경쟁할 수 있느냐가 주된 관심사였지만 이제는 미국이 세계 최강대국(HYPERPOWER)이라는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며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월가의 재채기가 다른 나라 증시의 독감으로 이어질 정도로 세계의 중심이 되어버린 뉴욕증시가 미국 장기호황의 원동력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물론 월가의 불이 꺼지면 미국 경제의 연료가 없어지게 된다는 우려도 여전한 실정이다. 뉴욕=이세정특파원BOB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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