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골프 골프일반

루이스 '승부욕' 꺾은 양희영 '평정심'

LPGA 혼다 타일랜드 우승… 한국계 개막 4연승

동타로 시작한 승부처 15번홀서 침착하게 1m 버디퍼트 성공

예민했던 루이스는 더블 보기<br> 1년4개월 만에 두번째 정상


첫 우승은 데뷔 5년 만에 찾아왔고 두 번째 우승은 첫 승 뒤 1년4개월 만에 품에 안겼다. 골프는 양희영(26)이 포기를 생각할 때마다 뜻하지 않았던 달콤한 결실로 그를 일으켰다. 양희영은 1일 태국 촌부리 시암CC 파타야 올드코스(파72·6,548야드)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혼다 LPGA 타일랜드에서 최종 4라운드 3언더파를 더해 합계 15언더파 273타로 우승했다. 상금은 22만5,000달러(약 2억5,000만원). 올 시즌 상금 선두(41만2,000달러)로도 나섰다.

짧은 퍼트를 몇 차례 놓치는 실수가 있었지만 양희영은 이번에는 무너지지 않았다. 지난주 호주 여자오픈 마지막 라운드로 돌아가 보자. 양희영은 공동 선두를 달리다 15·17번홀 짧은 파 퍼트를 놓치는 바람에 2타 차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승부 근성이 부족하다는 얘기가 나왔다. 양희영은 한 주 만에 비슷한 상황을 맞았다. 직전 대회 상대가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뉴질랜드)였다면 이번 경쟁자는 2014년 올해의 선수인 세계 3위 스테이시 루이스(미국)였다. 승리욕이 강하기로 잘 알려진 루이스와 우승에 대한 열망이 부족해 보인다는 양희영의 챔피언조 경쟁. 답은 정해져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양희영의 평정심이 루이스(13언더파)를 2타 차로 이겼다. 이미림(25·NH투자증권)과 전 세계 1위 청야니(대만)도 2위 그룹에 들었다.


양희영은 1타 차 2위로 출발, 첫 7개 홀에서 버디만 3개로 1타 차 단독 선두가 된 뒤 8번홀(파3) 1m 버디 퍼트를 넣지 못했다. 달아날 기회를 놓쳤으니 심적으로 더 쫓길 만했다. 양희영은 그러나 10번홀(파5)에서 5m 거리의 까다로운 내리막 버디 퍼트를 넣어버렸다. 거의 같은 위치에서 루이스의 버디 퍼트는 오른쪽으로 벗어났다. 이로써 2타 차. 양희영은 11번홀(파4)에서 다시 1m 버디 퍼트를 놓쳤다. 캐디와 심각하게 얘기를 나눈 양희영은 그러나 고개를 끄덕이며 신뢰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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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는 한 번 더 요동쳤다. 14번홀(파4) 양희영의 보기와 루이스의 버디로 동타가 된 것. 하지만 다음 홀에서 흔들린 쪽은 오히려 루이스였다. 루이스는 네 번째 샷도 그린에 올리지 못해 5온 1퍼트로 더블 보기를 범했다. 양희영은 이번에는 1m 버디 퍼트를 여유롭게 넣었다. 단숨에 3타 차가 됐다. 16번홀(파3) 보기로 2타 차로 좁혀졌지만 거기서 끝이었다. 루이스는 이날 갤러리 소음과 자신의 샷 감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피니시 동작에서 자주 클럽을 놓아버렸다. 갤러리를 쏘아보며 클럽을 가방에 내리꽂기도 했다. 양희영과 루이스는 이틀 연속 동반 플레이했는데 상대적으로 신중한 양희영의 플레이에도 루이스는 언짢은 반응을 종종 보였다. 이븐파에 그친 루이스는 그러나 경기 뒤에는 양희영의 어깨를 두드리며 우승을 축하했다. 훨씬 일찍 경기를 마치고 샤워까지 끝낸 한국 선수들도 대부분 끝까지 기다렸다가 양희영에게 생수 세례를 선물했다. 이번 대회로 LPGA 투어 공식 데뷔전을 치른 김효주(20·롯데)도 있었다.

양희영은 2013년 첫 우승(하나·외환 챔피언십) 때 "골프를 그만두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이번에도 심적 고비를 넘고 우승했다. 골프가 싫어 지난해 10월 일찍 시즌을 접고 한 달 간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그는 "쉬다 보니 골프가 다시 하고 싶어졌다. 골프를 즐긴다는 말을 이제 조금 알 것 같다"고 했다. 양희영은 2013년 말 메인 스폰서십이 종료돼 정면에 기업 로고가 없는 흰 모자를 쓰고 대회를 치렀다. 클럽은 카이도, 볼·신발은 타이틀리스트의 후원을 받지만 메인 스폰서 계약 소식은 잠잠하다. 최나연-김세영-리디아 고에 이어 양희영의 우승으로 올 시즌 LPGA 투어에서 한국계 선수들은 4전 전승을 기록했다.

한편 김효주는 이날 2타를 줄여 제니 신 등과 함께 7언더파 공동 23위로 데뷔전을 마감했다. 톱10 진입에는 실패했지만 첫날의 샷 난조를 극복하고 사흘 연속 언더파 스코어를 적었다는 데서 위안을 삼을 만하다.

김효주도 "쉬는 동안 줄었던 거리가 다시 늘었다. 쇼트 게임을 보완하면 괜찮을 것 같다"고 했다. 지난해 말 받은 라섹 수술과 관련해서는 "불편함이 없다. 잘 보인다"고 했다.


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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