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민에게 이제 주말에 종로 부근 도심으로 승용차를 몰고 나가지 않는 것은 상식이 됐다.
종묘공원과 종로를 중심으로 을지로, 시청 부근,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등 주말서울 도심은 1년 내내 각종 단체가 연 집회와 시위, 행진으로 몸살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로부터 100m 떨어진 지점이라는 이유로 여의도 국민은행 앞도 집회와 시위의 새로운 `메카'로 떠오르며 1년 내내 조용할 날이 없을 정도다.
◆집회.시위 어느 해보다 많아= 서울경찰청 집계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서울시내에서 열린 집회와 시위는 5천46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천265건보다 3.8% 증가했다.
집회 참가인원도 138만5천여명으로 지난해(121만명) 대비 14.4%나 늘었고 동원된 경찰력 수도 6천968개 중대 연인원 70여만명으로 지난해보다 3.5% 많았다.
집회.시위의 증가폭보다 참가인원의 증가폭이 상대적으로 큰 이유는 3월20일 탄핵반대 광화문 집회, 보수단체의 서울광장 집회 등 10만명이 넘는 행사가 자주 있었기 때문이라고 경찰은 분석했다.
전국적으로 따져도 집회와 시위는 어느 해보다 많았다.
경찰청은 올해 11월말까지 개최된 집회시위는 2만7천51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5% 늘었으며 참가인원(292만여명)도 11.9% 증가했다고 밝혔다. 1만명 이상 모인 대형 집회는 29회에 달해 지난해(13회)의 배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집회와 시위의 수가 늘어난 것은 대통령 탄핵 찬반집회, 행정수도 이전,국가보안법 철폐 등 여당의 `4대 개혁입법안'과 관련한 찬반 집회 등 찬반이 둘로갈리는 이슈가 많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집회와 시위가 진보적인 단체들의 전유물이었던 과거와는 달리 올해에는 특히보수적인 성향의 시민사회단체도 자신들의 목소리를 높이며 집회를 열어 거리를 달궜다.
인터넷을 통한 의사소통이 활발해 지면서 네티즌의 `번개식' 소규모 자발적인집회도 수없이 열렸다.
◆`일단 모이고 보자(?)'= 민주화가 진행될수록 의사표현과 권리주장의 요구가높아져 집회나 시위가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그러나 집회나 시위가 증가할수록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집회와 시위에 필요한 직접적인 비용 뿐 아니라 이를 막기 위한 공권력의 소모,이해 당사자가 아닌 일반 시민들이 부담해야 하는 유.무형의 비용이 산출할 수 없을정도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특정 집단의 일방적인 이익을 내세우는 소모적인 집회는 아무런 합의의 성과도 이끌어내지 못한 채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만 양산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사회적 비용이 민주화의 학습과정에서 필수적인 비용이라는 의견도 있지만집단의 세(勢)를 과시하기 위해 대화와 타협은 뒷전으로 미루고 `일단 모이고 보자'는 식으로 집회문화가 변질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우리 사회의 집회문화에서 보이는 특징은 그동안 집회가 기존 체제를 수정하려는 집단의 기득권을 향한 의사표현이었다면 올해 들어서는 반대 방향 집회도 상당히 증가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서울대 사회학과 한상진 교수는 "흔히 `보수-진보'의 대결이라고 표현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해방 후 최초로 `현상을 유지하려는 집단'과 `지속적 변화를 요구하는 집단' 사이에 실질적인 팽팽한 긴장을 수반하는 평형상태로 진입했다는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동안 거리시위는 항상 현상타파를 원하는 집단의 몫이었다면 보수진영도 자신을 방어하려고 거리로 나와 `세력 과시'를 할 필요성을 느꼈고 이 갈등이 세대변화와 맞물려 평형상태로 진입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한 교수는 "당분간 이러한 팽팽한 긴장상태는 지속할 것"이라며 "우리는 이러한균형 속에서 괴로운 소모적인 갈등을 지속할지 서로 인정하고 공존하는 지혜를 터득할지 갈림길에 서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강훈상.김병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