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부작용 크다

국민연금이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재벌 총수의 경영참여에 적극적인 의결권을 행사할 뜻을 밝힘에 따라 결과를 떠나 해당 기업에 적지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총수의 등기이사 선임을 반대하겠다는 뜻으로 첫 대상 기업에 지목된 현대자동차와 두산인프라코어는 기업경영상의 어려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주식을 소유한 주주의 의결권 행사는 당연하다고 할지라도 시기적으로 이 같은 방향설정이 적합한지 의문이 든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과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이 저지될 경우 파장도 엄청난데다 해당 기업이 치명타를 맞을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 기업가치와 주주이익을 해치지 않을까 걱정된다. 총수의 유죄판결로 주주이익의 침해 여부를 따져보는 것은 반대할 수 없지만 의결권 행사는 신중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경제가 어려운데 국민연금의 결정이 기업의 발목을 잡을 우려도 있다. 국민이 납부한 연금을 관리하는 국민연금의 운영주체는 어디까지나 정부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정부의 기업경영 및 지배구조 간섭과 사기업 공기업화 등의 문제점이 지적돼왔다. 국민연금이 지난 2006년 ‘의결권 행사지침’을 마련한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의결권 행사는 국민연금 ‘주주의결권행사전문위원’의 결정에 따르게 돼 있지만 위원회에서 논의하기로 한 자체만으로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할 수 있다. 파장 및 타격이 큰 총수의 등기이사 선임을 반대하는 의결권 행사보다는 윤리경영을 촉구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총수들의 유죄판결도 과거 관행에 따른 부분이 크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그동안 각종 규제와 사회의 반기업 정서로 움츠러들었던 재계가 새 정부의 친기업정책으로 이제 기지개를 켜고 있지만 고유가에 원자재 값 폭등, 국제금융시장 불안 등으로 앞길이 험난하기만 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연금도 정부 정책에 발맞춰 투자확대 촉구 등 기업할 의욕을 북돋우는 분위기 조성에 동참하는 것이 오히려 기업의 가치를 높이고 주주의 이익증대에 기여하는 길이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지금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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