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거래·입주·청약자 없는 '3無 시장'… 불꺼진 아파트만 즐비

거래, 입주, 청약자 없는 3무의 위기

한 건설사의 모델하우스가 청약하려는 주택수요자들의 발길이 끊겨 텅 비어 있다. 아파트 분양열기가 갈수록 얼어붙자 건설사마다 앞다퉈 분양일정을 연기하고 있다.



한때 아파트 시장에서 '분양1번지'로 불리며 각광 받던 경기도 용인에서도 최고의 인기 지역으로 꼽혔던 성복동 일대 새 아파트는 지금 대규모 입주전쟁을 치르고 있다. HㆍG 등 내로라하는 대형 업체들의 브랜드를 내걸고 분양했던 이 일대 아파트들은 최근 잇따라 공사를 마쳤지만 밤이면 대부분 불이 꺼진 채 스산한 분위기마저 자아낸다. 주변 아파트 값이 속절없이 떨어지면서 분양조차 제대로 완료되지 않은 채 입주자를 맞았기 때문이다. 계약자들도 기존 주택을 처분하지 못해 입주를 포기하고 있어 자칫 불 꺼진 아파트의 대명사로 전락할 위기에 놓여 있다. 주변 A공인의 한 관계자는 "시장에 분양권 매물이 나와 있긴 하지만 주변에 사려는 사람이 없다 보니 시세 조차 형성이 안 되고 있다"며 "아직도 미분양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주변 시세보다 수천만원이나 비싼 아파트를 누가 사려 하겠느냐"고 말했다. 용인 일대에서 빚어지고 있는 현상은 주택 시장의 현주소다. 기존주택 거래가 실종되면서 입주자 없는 새 아파트가 속출하고 분양하는 단지마다 청약률 제로의 공포에 떠는 3(無)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거래침체가 시장 발목 잡아=부동산 시장의 위기는 집값 하락과 이에 따른 심각한 거래 침체에서 비롯되고 있다. 국토해양부의 실거래가 현황에 따르면 지난 6월 한달 전국 거래 주택 건수는 3만454건으로 미국발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해 2월(2만8,741건) 이후 16개월 만에 최저치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이는 지난 2006~2009년의 6월 평균 거래건수(4만2,847건)와 비교하면 28.9%나 급감한 것이다. 서울은 6월에 2,051건이 신고돼 2006~2009년 6월 평균 거래건수(5,897건) 대비 65.2%나 떨어졌다. 기존 아파트 가격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102㎡형(이하 공급면적)의 경우 연초 이후 20%나 하락했고 용인 신봉 LG빌리지 5차 211㎡형은 29%나 떨어졌다. 또 과천 주공 7단지 82㎡형은 20%, 분당 서현동의 시범한양 198㎡형도 20%나 하락했다. 하락 금액만으로 보면 각 단지마다 2억원 이상의 자산이 허공으로 사라진 셈이다. ◇청약자 없는 부동산 시장=거래단절과 이에 따른 입주 지연 사태는 분양 시장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최근 고양의 한 택지지구에서 공급된 A아파트의 경우 1순위 청약에서 단 한 명도 신청자가 없는 청약률 '0'의 수모를 겪었다. 시장이 침체돼 있지만 택지지구인데다 분양가상한제 아파트여서 내심 기대를 했던 업체로서는 충격적인 결과였다. 이 아파트는 그나마 3순위 청약에서 어느 정도 미분양을 해소했지만 수도권 일대 다른 아파트들은 상당수가 3순위까지 대규모 미달사태를 빚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 들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수원에서 분양된 S단지는 3,400가구 공급에 청약자는 1,500명선에 그쳤다. 인근의 B아파트 역시 521가구 공급에 3순위까지 청약자는 절반에 못 미치는 249명에 불과했다. 심지어 최근에는 서울 강남권에서도 순위 내 미달 아파트가 나왔다.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을 하지 못하면서 신규 아파트 분양 계약자들은 기존 아파트를 팔지 못해 입주예정 아파트 분양권을 마이너스 프리미엄에 잇따라 내놓고 있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기존 주택을 팔아야 잔금을 마련하지만 거래 자체가 실종돼 이도 저도 못하는 사면초가의 상황에 몰린 것이다. ◇초기 입주율 20% 넘으면 성공(?)=아파트 입주를 앞둔 건설사들은 거의 패닉 상태에 내몰리고 있다. 한달 남짓인 지정 입주기간에 입주율이 20%를 넘으면 성공적이라고 말할 정도다. 분양 당시 높은 청약률을 기록했던 용인시 동천동 A아파트의 경우 단지별로 차이는 있지만 입주율이 20~30%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서울 성북구의 한 뉴타운 아파트 역시 입주율이 30%에 그치고 있다. 심지어 수도권 일부 단지들은 집값 하락에 기존 주택을 팔지 못해 잔금 마련이 어려워진 입주예정자들이 지자체를 상대로 준공검사를 내주지 말라는 민원을 제기하는 등 입주예정자와 건설사 간의 분쟁까지 빚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에 대해 과감한 규제 완화만이 부동산 시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장성수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준금리가 더 인상되기 전에 대출 규제를 완화해 부동산 시장의 숨통을 열어줘야 한다"며 "또 상한제를 폐지해 시장을 외면하고 있는 수요자들에게 분양가가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게 해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