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학교폭력에 두번 상처 받는 아이들

폭력 은폐 급급한 학교…어이없는 실태


교사와 교육당국 무사안일주의로 학교폭력 피해 학생의 고통을 가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7일 국가인권위원회가 펴낸 최근 몇 년 간 학교폭력 관련 상담사례를 보면 학교가 폭력을 알고도 방치하거나 사태 해결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초등학교 3학년생 딸을 둔 A씨는 딸이 가슴통증과 호흡곤란 증세를 호소해 종합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딸에게서 멍과 상처를 발견한 A씨는 딸이 2년간 상급생에게서 거의 매일같이 폭행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러나 1차 학교폭력자치위원회에서 학교 측은 ‘증거가 없다’며 폭행 사실을 무시했다. 이어진 2차 자치위원회에서 A씨는 소견서 등 증거를 제출한 끝에 강제전학 통보를 받았다. 딸이 외상후스트레스 장애와 정신발달지연 진단을 받았지만 학교로부터는 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얘기만 들었다. B씨는 자녀가 학교폭력 피해를 보자 담임교사에게 이의를 제기했고 담임으로부터 사실조사를 하겠다는 답변을 얻어냈다. 그러나 담임과 학생부장은 말을 바꿔 합의를 종용했고 교장은 만나주지조차 않았다. B씨가 인권위에 진정하자 학교는 그제야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학교 복귀 후 생활적응을 돕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C씨는 아들이 4명으로부터 집단폭행을 당해 턱뼈가 부러져 학교를 찾아가자 학교장으로부터 ‘엄마를 보니 알겠다. 다른 학교로 가도 똑같을 것이다’라는 인격모독적인 말을 듣기도 했다. 초등학교 시절 학교 부회장까지 지냈던 여중생이 학교 폭력에 대한 학교의 미온적인 태도로 지적장애 판정까지 받는 사건도 발생했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경기도 하남시 모 여중에 다니던 A(14)양은 또래 6~7명에게 집단폭행을 당한 후유증으로 지적장애 3급 판정을 받았다. 조사결과 이들은 서울에서 이사 왔다는 이유로 A양을 괴롭히기 시작했고 발로 배를 걷어차고 몽둥이로 때리는 등 마구 구타한 것으로 드러났다. A양은 폭력에 시달린 끝에 대인기피증이 생기고 공간 지각력이 떨어져 현재 특수학교에 다니고 있다. 재단 측은“A양 어머니가 학교 측에 가해 학생들에 대한 처벌을 강력히 요구했지만 교장이 바뀌면서 유야무야 끝났다”고 전했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유해인 간사는 “심각한 학교 폭력이 발생해도 경찰수사는커녕 학교에서도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사건을 무마하기에 급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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