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저금리 직격탄에… 장학재단도 문닫는다

"은행 이자만으론 유지 못해" 영암장학회 법인해산 신청

수혜학생 줄어 2차피해 우려


지속된 저금리 여파로 운영난을 버티지 못하고 해산을 신청한 장학재단이 처음으로 나왔다. 장학재단은 주로 장학기금(출연금)을 은행 정기예금에 묻어두거나 채권투자에서 나오는 이자수입을 통해 운영과 장학사업을 해오고 있지만 저금리 탓에 이자수입이 급감하면서 운영은 물론 장학사업 자체가 어려워져 해산을 결정하게 된 것이다. 장학재단이 이자수익 급감으로 장학사업을 줄줄이 축소하는 것은 전국적인 현상이지만 운영난을 이유로 해산을 신청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마땅한 대체투자 수단을 확보하지 못하면 문을 닫는 장학재단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이럴 경우 장학금을 받는 학생이 줄어드는 등 2차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22일 서울시에 따르면 마포구에서 10년째 장학사업을 해온 서울영암장학회는 은행예금 이자로는 더 이상의 장학사업을 유지할 수 없다고 판단해 서울시교육청에 법인해산 신청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권오범 영암장학회 이사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더 이상 은행 이자수입으로는 장학사업을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해산을 결정하고 장학기금은 다른 장학재단에 증여할 수 있도록 서울시교육청에 요청해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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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학재단은 기업의 자본금에 해당하는 장학기금을 출연해 은행에 예치해 두고 이자수입을 통해 장학사업을 하는 구조다. 지난 2004년 장학기금 5억원으로 설립된 영암장학회는 지금까지 10년간 초중고교생은 물론 대학생들에게 학자금 등을 지원해왔다. 영암장학회는 설립 당시 은행 후순위채에 투자해 연 7.3%의 고수익을 올려 해마다 20~30명에게 장학혜택을 줘왔다. 하지만 올해 6월 후순위채 투자기간이 만료되면서 기금을 은행예금에 예치했는데 이자수익이 연간 1,000만원 수준에 불과해 장학금 수혜 대상이 5명이 채 안되는 상황이 됐다. 권 이사장은 "수년 전에만 해도 한 해 20~30명씩 학자금을 지원해줬지만 최근에는 5명을 지원하기도 벅찬 상황"이라며 "원래 목적대로 장학사업을 유지하기가 굉장히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실제 영암장학회 설립할 당시에는 이자수익이 연간 3,500만원 가까이 됐지만 최근에는 은행이자가 2%대 초반이어서 연간 수입이 1,000만원으로 뚝 떨어진 상태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에만 장학재단이 1,189개가 설립돼 있다. 그러나 영암장학재단처럼 운영난을 이유로 해산신청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재단 운영이 어려워 해산신청을 낸 사례는 전국적으로도 매우 드물다"며 "정확한 집계는 파악되지 않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저금리로 운영난에 직면한 장학재단이 해산신청까지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학자금 수혜 대상도 급감하는 등의 2차 피해도 우려되고 있다.


김홍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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