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스포츠

[정구현의 승마속으로] <10> 경속보로 달리는 맛 보기

말걸음 따라 엉덩이 업다운해 반동 흡수

양 다리로 말 몸통 꽉 지탱하고 무릎·발로 살짝씩 엉덩이 들어

말에 체중 부담 덜어주는 보법

진행방향 반대쪽 발 착지시 앉고 일어날땐 고삐 당기지 않도록 주의


평보를 배웠으니 이제 속보를 해볼 차례입니다. 평보가 그냥 걸어가는 가장 느린 보법이라면 속보는 발랄하게 걷는 것을 말합니다. 평보보다는 속도나 진동을 체감할 수 있어서 달리는 느낌의 맛보기 정도라고 할 수 있겠지요.

속보는 걸음의 반동에 따라 엉덩이를 들어주는 경속보(rising trot)와 말 몸통위에 지긋이 앉아서 타는 좌속보(sitting trot)가 있습니다.


먼저 경속보를 살펴보겠습니다. 경속보는 운동 특성상 말에게 부담을 덜 주기 때문에 몸을 풀어줄 때 가장 많이 사용하게 될 보법입니다. 가볍게 속보를 한다는 뜻으로 막상 해보면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점차 경속보가 제일 유용하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겁니다.

관련기사



말의 운동을 방해하지 않고 부담을 덜 주려고 기승자가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 걸까요. 체중 감량이 도움이 안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기승자의 체중이 말의 움직임을 거스르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기승자가 엉덩이를 말의 발걸음에 맞춰 가볍게 들어줘야 합니다. 속보는 2박자 리듬으로 진행되는데 경속보는 여기에 맞춰 기승자가 일어섰다 앉았다를 반복하는 것이며 말의 반동을 흡수하는 데 유리합니다. 유연성이 부족한 초보자들에게는 좌속보보다 훨씬 쉬운 방법입니다. 말의 입장에서는 워밍업과 근육 스트레칭을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일어섰다 앉았다 하는 업다운 동작에도 요령이 있습니다. 우선 엉덩이를 들어 올릴 때 장딴지를 말 몸에 밀착시켜 말의 반동에 의해 자연히 올라갈 때를 기다려 상체를 올려주는 게 좋습니다. 엉덩이를 너무 크게 들 필요도 없습니다. 살짝 들어서 안장에 충격을 주지 않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양다리로 말의 몸통을 꽉 잡는 게 중요한데 이렇게 하면 엉덩이를 올렸다 내릴 때 훨씬 더 부드럽게 리듬을 맞출 수 있습니다. 즉 발을 올린 두 등자에 몸을 지탱하고 무릎과 발을 이용해 상체를 조용히 들고 조용히 앉는 겁니다. 조용히 움직이라는 말은 상체를 필요 이상으로 높이 일어서거나 말보다 기승자가 먼저 움직이기 시작하지 않는 것, 그리고 허리를 앞으로 구부리지 않는 것을 의미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힘을 주고 등자를 밟고 서서 반동에 몸이 크게 흔들리고 허리가 굽혀져서 균형을 잡느라 고삐를 당기는 실수를 합니다. 사람과 말의 균형을 위해서는 모든 동작을 말 중심에서 생각해야 합니다.

초보일 때 경속보를 하면서 엉덩이를 크게 올리는 바람에 말의 등을 쿵쿵 찧으면서 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자세가 불안했던 이유도 있었지만 그 당시에는 경속보를 왜 하는지 잘 몰랐기 때문에 더욱 그랬습니다. 리듬을 타면서 엉덩이를 가볍게 들었다 내리면 충격이 줄어들기 때문에 말이 훨씬 부드럽게 갈 수 있습니다.

말의 진행방향에 따라 좌우 경속보로 나뉩니다. 왼쪽으로 돌며 하는 게 좌경속보이고 오른쪽으로 도는 게 우경속보입니다. 속보부터는 네 발이 움직이는 걸음에 맞춰 리듬을 맞추는 게 중요합니다. 좌측 회전시에는 오른쪽 앞다리가 착지할 때 안장에 앉고 우측 회전시에는 왼쪽 앞다리가 착지할 때 안장에 앉아야 말과 균형을 유지하며 나아갈 수 있습니다. 말이 다리를 딛는 순서 때문에 보통 좌경속보에서는 엉덩이를 들었을 때 말의 오른쪽 앞발이 보이고 우경속보에서는 왼쪽 앞발이 보입니다. 이렇게 앞발이 보이는 것을 기준으로 삼으면 경속보에서 리듬이 틀리는 실수를 줄일 수 있습니다. 엉덩이를 들어 올릴 때 특히 고삐와 연결된 주먹을 무의식적으로 당기지 않도록 주의합니다. 말이 아파하거나 정지 명령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1000일간의 승마 표류기' 저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