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CEO 칼럼] 산업안전도 사격·펜싱처럼


2012 런던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단은 연일 감동의 드라마를 써가며 금메달 13, 은메달 8, 동메달 7개 등 당초 목표를 뛰어넘는 좋은 성적을 거뒀다. 특히 비인기 종목인 사격ㆍ체조ㆍ펜싱 등에서 전체 메달의 75%(21개)를 따냈다. 이는 훌륭한 경기력을 선보인 선수 개인의 피나는 노력의 결과지만 그 이면에는 후원기업들의 아낌없는 지원과 성원이 있었다.

비인기 종목에 대한 기업의 후원이 화제가 되기 시작한 지난 13일, 공교롭게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공사현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근로자 4명이 죽고 다수가 부상당하는 참사가 벌어졌다. 짧은 공사기간으로 인해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위험불감증이 화근이었다.


안전보건은 올림픽 비인기 종목과 마찬가지로 산업현장에서 관심의 정도가 낮다. 이를 반영하듯 산업현장에서는 매일 250명이 다치고 이 중 6명가량이 목숨을 잃는다. 산업재해로 인한 직간접적 경제손실도 지난해 18조원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속적·체계적 투자해야 결실 거둬

산업재해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고 기업의 경제적 손실을 막으려면 비인기 종목이 런던올림픽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격ㆍ체조ㆍ펜싱 등은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한 스포츠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꾸준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몇 해 전부터 기업의 지원이 활발해지면서 좋은 경기력을 갖추기 시작했고 마침내 올림픽 무대에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산업안전보건 분야 역시 기업의 체계적 투자가 필수적이다. 대기업의 경우 최고경영자(CEO)가 안전보건 방침을 정하고 근로자와 함께 자율적으로 위험을 찾아 제거하고, 작업환경을 개선해나가는 안전보건활동에 꾸준히 투자해 체계적인 안전보건 시스템을 구축해가고 있다. 하지만 대기업의 협력업체를 포함한 중소기업들은 재정적 능력이 부족해 안전보건에 대한 투자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이를 반영하듯 중소기업 재해율은 대기업에 비해 훨씬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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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몇 년 전부터 일부 대기업들이 중소 협력업체의 열악한 안전보건환경에 관심을 갖고 지원을 늘리는 추세다. 실례로 포스코는 협력업체가 안전보건에 대한 체계적 시스템(안전보건경영시스템 인증)을 구축할 수 있도록 노하우를 전수하는가 하면 인증 취득시 작업물량을 추가 배정하고 성과급을 지급하는 등 경제적 지원을 해왔다. 그 결과 포스코 협력업체들의 2010년 재해율은 전체 제조업(1.07)의 5분의1~9분의1 수준으로 낮아졌다.

한국전력은 2011년부터 연간 100여개 협력업체의 안전보건경영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제반 비용을 업체당 최대 300만원까지 지원하는 등 재해예방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이 밖에도 다수의 대기업들이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안전보건 공생협력 프로그램'에 참여해 협력업체의 안전보건 비용ㆍ기술을 지원, 재해예방을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어 매우 고무적이다.

산업재해는 운이 좋지 않거나 우연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 실수나 장비 결함 등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충분히 예측ㆍ통제 가능하다. 따라서 산업현장의 중심에 있는 기업이 위험요인을 미리 발견해 적절하게 조치하고 협력업체의 안전보건까지 책임지는 시스템을 갖춘다면 재해예방에 있어 비인기 종목의 '올림픽 대박'과 같은 현저한 효과는 물론 동반성장 기반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대기업 협력사 재해예방 지원 속속

'성장주 투자의 아버지'라 불리는 필립 피셔는 저서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에서 현재가 아닌 미래를 보는 안목을 강조했다. 손익분기점으로 나타나는 수익과 비용에서는 전자가 후자보다 더 커야 이익이 발생한다. 만약 기업에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이미지 실추, 노사관계 악화, 생산성 하락 등으로 막대한 경제적 비용이 발생한다. 따라서 기업은 산업안전에 대한 투자를 미래의 수익창출로 생각하고 재해 최소화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사격ㆍ체조ㆍ펜싱 등 비인기종목은 진정성 있는 기업과 만나 올림픽에서 사상 최초, 역대 최고의 성적을 기록하며 효자종목으로 거듭났다. 이제 이런 기운을 산업안전보건 분야로 이어갈 때다. 산업안전은 산업현장의 위험 가능성을 없애 사고를 줄이는 것이다. 기업의 적극적 참여를 통해 '산업안전 대박'을 외칠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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