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기초연금 논란 곳곳 불똥] "국민불만 피하자" 보험료율 동결… 국민연금 건전성 악화 우려

당장의 정치적 비판 면하려다 후세대 부담만 커질판<br>보험료 인상·기초연금 함께 제시해 국민 설득했어야

지난 6월11일 서울역에서 '노후를 지키기 위한 국민연금 1045운동' 선포식이 열리고 있는 동안 한 어르신이 계단을 힘겹게 오르고 있다. 정부가 기초연금 논란에 따른 부담 때문에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을 미루면서 국민연금 재정 건전성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서울경제DB


최근 기초연금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면서 그 불똥이 국민연금에도 튀고 있다. 정부는 당초 공약에서 후퇴한 기초연금안에 대한 국민들의 반발이 예상보다 커지자 슬그머니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 계획을 없던 일로 해버렸다. 기초연금 지급액이 당초보다 줄어든 가운데 국민연금 보험료까지 인상할 경우 국민들의 불만이 폭발할 것을 우려한 것이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의 재정 건전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중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여기에 보험료율에 대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는다. 보험료율 변화(인상)는 없다는 것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5일 기초연금 도입계획을 발표하며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은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정부는 동결 이유로 국민의 뜻이 모아지지 않았다는 점을 꼽았다.


그러나 동결의 진짜 이유는 기초연금 때문이라는 것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기초연금이 대선 공약보다 크게 후퇴한 와중에 국민연금 보험료까지 올릴 경우 국민 반발에 따른 정치적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문제는 국민연금의 재정 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점이다. 국민연금은 2044년부터 걷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많아지기 시작해 2060년에는 기금이 완전 고갈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기금 고갈을 막기 위해서는 현행 9%(월평균소득 대비)인 보험료율을 13~14%로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지난 7월 국민연금제도 전반을 논의하는 기구인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가 요율 인상안을 다수안으로 채택했다는 이야기가 돌며 15년 만의 인상에 무게가 실렸지만 8월 서민ㆍ중산층의 세부담을 늘리는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여론의 거센 반발을 안고 급하게 수정되면서 국민 부담이 커지는 국민연금 인상안도 쏙 들어가버렸다. 결국 같은 달 열린 제도발전위 최종 보고에는 보험료율 인상과 동결안 두 가지가 함께 제시됐고 정부는 동결방침을 굳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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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발전위는 5년마다 열리므로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은 2018년이 돼서야 다시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그때도 국민들은 보험료 인상을 달가워할 리 없고 고령화에 따른 기금 운용의 어려움은 마찬가지기 때문에 인상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결국 매번 현재의 정치적 부담 때문에 국민연금 재정 건전성의 논의가 자꾸만 뒤로 미뤄져 장기적으로 국민연금 재정 건전성에 위협을 주는 셈이다.

이 때문에 정부의 국민연금 동결방침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는 커져가고 있다. 문형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ㆍ복지정책연구부장은 "정부는 기초연금이라는 '선물'과 보험료율 인상을 함께 제시하며 국민들에게 보험료율 인상의 필요성을 설득시켰어야 했다"며 "인상을 미루면 미룰수록 후세대의 부담은 늘어나기 때문에 그들에게 죄를 짓는 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은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들이 일터에서 떠나기 전에 연금 재정에 더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금 지급을 위해 필요한 돈은 매년 늘어나는데 베이비부머가 덜 내면 그만큼 미래세대 부담이 커진다는 얘기다.

물론 국민연금 보험료율 동결안을 뒷받침하는 다른 근거도 있다.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는 "노후 보장 부담의 심리적 마지노선은 소득의 20% 정도인데 국민연금(9%)에 최근 가입이 늘고 있는 퇴직연금(약 8.3%)을 더하면 개인적인 보험료율은 17.3%에 이른다"며 "국민연금 소득 상한선을 현재 월 389만원에서 월 800만원까지 높여 고소득자 보험료를 높이면 보험료율이 9%에서 11%로 올라가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당분간은 기금이 계속 쌓이므로 2030년 이후에 얘기해도 늦지 않다"며 "지금은 학습지 교사 등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동자 지위를 인정해 국민연금제도 안으로 끌어들이는 등 사각지대를 없애는 데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기금적자를 나랏돈으로 메워주고 있는 공무원연금 등 특수직 연금개혁 없이 국민연금 보험료율만 올린다면 국민적 저항이 크다는 의견도 꾸준히 제기된다.

그러나 이 같은 동결안도 궁극적으로는 현재의 보험료율이 낮다는 데 동의하고 있기 때문에 요율 인상은 언젠가는 가야 할 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문 부장은 "특수직 연금개혁도 시급한 과제이므로 국민연금과 함께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선 특수연금 개혁 같은) 조건이 없더라도 국민연금 재정안정을 위해서는 보험료율을 꼭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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