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골프 골프일반

['당찬 10대' 김효주 LPGA 메이저 에비앙 제패] 최연소·최소타·최단기간… 골프사 새로 쓰는 '기록의 소녀'

초청선수로 출전 '극적 역전승'… 한국인 최연소 메이저 챔피언

첫날 61타 '남녀 메이저 최소타'

국내 프로데뷔 후 최단기간 우승… 신인왕·최소 타수상도 싹쓸이

보기하면 더 집중하는 강한 멘털… 각종 기록 경신하며 세계 무대로



"네가 이겼어."

"아니에요, 아직 아닐 걸요?"

캐디 고든 로완(스코틀랜드)의 축하에도 김효주(19·롯데)는 우승을 실감할 수 없었다. "정말요?"라며 웃음을 보인 건 로완이 "진짜 맞다"며 재차 확인해주고 난 뒤였다.


15일(한국시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에비앙 챔피언십은 그만큼 극적이었다. 1타 차 2위로 마지막 18번홀(파4)에 들어가 3.6m짜리 버디를 잡은 김효주는 캐리 웹(40·호주)의 파 퍼트가 빗나가 우승이 확정된 뒤에도 멍하니 서 있기만 했다. 웹이 보기 퍼트로 경기를 마무리한 뒤에야 자신의 우승을 알아차렸다. 대선배 웹과 포옹할 때 선글라스를 벗고 예의를 갖춘 김효주는 이번에는 관계자들의 축하 악수에 꾸벅꾸벅 고개를 숙이느라 정신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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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프랑스 에비앙 레뱅의 에비앙 마스터스GC(파71·6,453야드)에서 대형 태극기를 두르고 트로피를 든 김효주는 박세리·박인비를 잇는 한국 골프의 '에이스'로 통한다. 여섯 살 때 골프에 입문, 육민관중학교 시절부터 프로 대회에 초청 받을 정도로 '신동'으로 불렸다. 아마추어 통산 승수는 14승. 국가대표로는 중3 때 뽑혔다. 김효주는 '기록의 소녀'이기도 하다. 2012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롯데마트 여자오픈에서 아마추어 최다 언더파(16언더파) 타이 기록으로 9타 차 우승을 달성하더니 두 달 뒤 일본 투어에서 역대 최연소(16세332일) 우승으로 열도를 뒤집어놓았다. 그해 10월 프로로 전향한 김효주는 2개월11일 만에 KLPGA 투어 대회에서 또 우승, 프로 데뷔 후 최단 기간 우승 기록을 썼다. 지난 시즌 '슈퍼 루키' 별명에 걸맞게 신인왕과 최소타수상(71.24타)을 받은 그는 올 7월에는 시즌 상금 7억7,000만원으로 KLPGA 투어 단일 시즌 최다 상금 신기록을 수립했다. 국내에서 올 시즌 3승을 거둔 상금 선두 김효주의 기록 행진은 에비앙에서 절정을 이뤘다. 첫날 10언더파 61타로 남녀를 통틀어 메이저 최소타를 적은 데 이어 이날 우승으로 한국인 최연소 메이저 우승(19세2개월) 기록을 수립했다. 김효주는 LPGA 투어 역사로 보면 3번째 최연소 메이저 챔피언이다.

이날 17번홀(파4) 두 번째 샷에서 뒤땅을 치는 실수가 나왔을 때는 어린 선수로서 한계가 온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김효주는 그 홀에서 파를 지킨 뒤 마지막 홀에서 완벽한 티샷과 두 번째 샷으로 버디 기회를 만들었다. 메이저 7승을 포함, LPGA 투어에서 41승을 거둔 같은 조의 백전노장 웹은 웨지로 굴린 3번째 샷이 홀을 한참 지나간 탓에 8년 만에 찾아온 메이저 우승 기회를 까마득한 후배에게 내줘야 했다. 웹이 LPGA 투어 첫 승을 거둔 1995년 8월 당시 김효주는 태어난 지 한 달 된 갓난아기였다.

'엄마뻘' 베테랑을 이긴 원동력은 역시 강한 정신력이다. 김효주는 어머니 최성휘씨가 가르친 '버디는 기쁨, 파는 평온, 보기는 집중'이라는 '멘털 공식'을 경기 내내 되뇐다. 버디를 잡았을 때는 기뻐하되 자만하지 말고 파를 지키면 감사하는 마음으로 평온을 유지하며 보기를 범했을 땐 실망하지 말고 다음 홀부터 집중하라는 뜻이다.

초청선수로 출전해 덜컥 우승을 거머쥔 김효주는 내년 시즌 LPGA 투어 직행 티켓을 얻었다. 메이저 우승이라 5년간 투어 출전도 보장된다. 한국 선수가 비회원 자격으로 LPGA 투어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하기는 2008년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신지애, 2011년 US 여자오픈에서 유소연에 이어 3번째다. 우승 상금 48만7,500달러(약 5억500만원)를 보탠 김효주는 한국과 미국 투어에서 올 시즌에만 14억5,500만원을 벌어들였다. 올해 초 캐디를 그만두고 중국의 란제리 회사에서 일하던 로완도 대박을 맞았다. 2년 전 에비앙 대회 때 호흡을 맞췄던 로완은 김효주 측의 전화에 곧장 프랑스로 날아왔다. 캐디는 보통 선수 상금의 10%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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