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08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80년대부터 이미 출산율이 2.0명 이하로 나타나 저출산 추세가 예고됐지만 최근에 와서야 출산율 제고를 위한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출산율 하락의 원인은 여성이 직장과 가정을 병행할 수 있는 사회 여건의 조성이 미흡해 나타나는 사회ㆍ직장 요인, 미래소득 불안정성 증가에 따른 소득 요인과 자녀의 양육 및 교육 비용 증가에 의한 자녀 비용 요인으로 대별할 수 있다. 위의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출산율 저하를 가속시키고 있는 것이다.
양성평등 사회환경 조성부터
따라서 저출산의 원인에 근거해서 저출산대책도 양성평등 환경 조성, 자녀 비용 경감, 보육 환경 개선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개국에 대한 실증 분석 결과 출산율 제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양성평등 환경 조성으로 나타났다.
즉 남녀간에 얼마나 일자리가 평등하게 주어지고 있으며 육아나 가사 부담을 가진 여성이 취업하기 쉬운 고용 형태가 얼마나 제공되는가가 출산율 제고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 다음은 자녀 비용 경감으로 다자녀가정에 대한 지원이 충실해지는 경우 출산율을 제고할 수 있다. 그리고 보육 환경 개선은 세 가지 정책 중 출산율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까지 한국에서 추진된 출산율 제고정책은 주로 자녀 비용 경감 및 보육 환경 개선에 초점이 맞춰져왔다. 그러나 자녀 비용 경감이나 보육 환경 개선이 OECD 평균 수준으로 이뤄지더라도 양성평등 환경 조성이 동반되지 않는 경우 출산율을 OECD 평균 수준인 1.6명으로 제고하기는 힘들 것으로 추정된다.
그 예로 일본은 지난 10년간 자녀 비용 경감 및 보육 환경 개선에 초점을 맞춰 출산율 제고정책을 추진했으나 2005년의 출산율이 1.25로 나타나 출산율 제고에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최근 일본의 출산율 제고정책 방향은 사회 환경 개선을 강조하고 있다. 양성평등을 주요 과제로 설정하고 남성의 육아휴직과 기업의 가족 지원 등을 장려하고 있다.
OECD 국가 중에서 상대적으로 가정과 직장을 양립하기 위한 정책 시스템이 잘 갖춰진 국가일수록 30대 여성의 고용률이 높고, 여성의 고용률이 높을수록 출산율이 높은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므로 세 가지 정책이 종합적으로 추진돼야 출산율을 OECD 평균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출산율 제고를 위해서는 양성평등 환경 개선을 중점 과제로 하고 보완적으로 자녀 비용 경감과 보육 환경 개선을 강구하는 종합 대책이 필요하다. 또한 특단의 조치 없이는 출산율 제고를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각 정책 분야별로 OECD 평균 이상의 높은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매진하는 강도 높은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
중점 과제인 양성평등 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육아휴직제도를 활성화하고 탄력근무제 등 고용 형태의 유연성을 제고해야 한다. 또한 고용 관련 제도나 관행의 개선은 기업 차원에서 이뤄져야 하므로 기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친가족적인 근로문화를 조성하는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해야 할 필요도 있다.
기업도 '친가족 근로문화' 필요
그리고 중점 과제와 병행해 보완적인 과제로서 기존 영아 및 유아 보육시설의 서비스를 양적ㆍ질적으로 개선해 수요자의 요구를 반영해야 한다.
이를 위해 민간보육시설에 대한 정부 지원을 확대해 국공립시설과 민간시설간의 격차를 해소해야 하고 취학아동의 경우에는 방과 후 과정을 다양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부모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2자녀 이상 가정에 대해 조세 감면과 다양한 우대제도 등 폭 넓은 혜택을 부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