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침체 심화… 3분기도 회복 힘들듯

■ 12월 결산 1,057개社 상반기 분석 >>관련기사 12월 말 결산법인들의 실적이 급격히 악화한 것은 세계적인 경기부진이 주요인이기는 하지만 국내경제가 외풍에 너무 약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나타냈다. 특히 저금리와 잇따른 재정지원에도 불구하고 경기가 회복되기는커녕 더 악화되고 있어 경기회복에 목매달고 있는 주식시장 전망도 쉽지 않을 것 같다. 물론 지난해 상반기 국내경기가 워낙 좋아 단순히 지난해 통계와 비교하는 게 적절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순이익이 48%나 준 것은 외환위기나 석유파동 등 경제위기를 제외하고 사상 최악의 실적에 해당된다. 우리 경제가 비상사태에 버금가는 위기로 접어든다는 경고음이 일고 있는 것이다. 전체 기업의 실적이 나빠지는 가운데 기업간 부익부빈익빈 현상도 심화하고 있다. ◆ 갈수록 침체 골 깊어져 문제는 실적 그 자체보다 추세에 있다. 1ㆍ4분기 중 상장사들의 전기 대비 분기순이익 감소율은 40.8%. 상반기 전체로는 48%를 넘는다. 1ㆍ4분기보다 2ㆍ4분기가 더 악화됐다는 얘기다. 1ㆍ4분기 실적 발표 당시인 4월 중순의 '2ㆍ4분기부터는 경기가 나아질 것'이라던 전망은 막연한 기대였던 셈이다. 3ㆍ4분기에도 기대할 것은 많지 않아 보인다. 한국은행의 한 관계자는 "2ㆍ4분기 GDP성장률이 예상보다 낮은 2%대로 나온 데 이어 3ㆍ4분기 상황도 좋지 않다"며 "일러야 4ㆍ4분기 후반에야 경기회복을 기대할 수 있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기업의 실적악화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 부익부빈익빈 현상 심화 증권거래소와 상장사협의회의 상반기 실적 발표에 하루 앞서 추정치를 내놓았던 대신증권이 예상했던 12월 결산법인의 상반기 순익은 전년동기 대비 26.0% 감소. 하지만 실제로는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전체기업을 분석대상으로 삼았던 거래소와 달리 대신증권은 시가총액이 크고 상대적으로 우량한 종목이 많은 KOSPI200 기업의 실적을 분석했다. 대신증권의 분석이 크게 틀리지 않다면 KOSPI200에 포함되지 않은 기업의 실적은 평균보다도 훨씬 안 좋다는 얘기다. 코스닥등록기업 중에서도 벤처기업의 실적악화가 두드러진다. 이들의 상반기 중 전년동기대비 순익감소율은 무려 88.0%에 달한다. 코스닥전체기업의 평균 반기순익감소율인 52.2%보다 훨씬 높다. 정부가 우리경제의 살길이라고 강조했던 벤처기업의 실적이 생존까지 위협받을 정도로 악화되고 있는 점은 실패한 경제정책의 현주소라고 할 수 있다. ◆ 제조업 악전고투, 금융업 반짝 상장사 반기실적의 또 다른 특징은 제조업의 악전고투와 금융업의 호조. 521개 상장사 중 비금융 제조업체들은 4%대의 외형 증가세에도 불구, 영업이익과 경상이익이 각각 13.11%, 29.31%씩 감소한 것은 물론 반기순익도 지난해 상반기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각 산업부문별 '대표주자'격인 기업들이라 할 수 있는 상장사들의 실적 악화는 올들어 증시가 수차례의 '반짝 랠리'에도 불구, 대세상승으로 가기에는 아직 '펀더멘털스'에서 역부족임을 보여준다. ◆ 겉으로만 재무구조 개선 올 상반기 12월 결산 상장사들은 모두 269조3,648억원어치의 매출을 올려 9조2,299억원의 순익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1,000원어치를 팔아 34원을 남긴 셈이다. 지난해 상반기에 1,000원당 52원을 남긴 것에 비교하면 우리 상장사들의 수익성이 얼마나 급락했는지 알 수 있다. 재무구조도 다소 개선된 것 같아 보이지만 속은 알 수 없다. 제조업상장사들의 평균부채비율이 지난해 상반기 140.79%에서 136.52%로 소폭 하락했지만 자본규모 역시 214조원에서 210조원선으로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제조업체들은 자본감소와 함께 유보율 역시 지난해 393.19%에서 335.54%로 크게 하락, 자체 재무여력이 대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권홍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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