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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히 섭섭했던 듯하다.
최근 사의를 표명한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은 29일 주주총회를 끝낸 후 기자들과만났다. 사의를 표명한 직후이기 때문에 의례적인 인사만 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강 회장은 현 정부의 정책에 대해 불만 섞인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강 회장은 우선 정권에 따라 금융기관 수장들이 사임하는 현실에 대해 에둘러 비판했다. 그는 "외국계 금융기관에 있는 친구가 '(산은지주 실적을 보더니) 자기 회사 같으면 나를 다른 회사에서 스카우트할까 봐 높은 연봉을 주며 붙잡았을 것'이라고 하더라"면서 "아직 우리나라에는 그런 지배구조 체제가 안 돼 있다"고 지적했다.
재임 기간 역점적으로 추진했던 산은 민영화에 대해서는 자신의 입장을 더욱 강하게 밝혔다. 그는 "산업은행의 발전을 위해서는 기업공개(IPO)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정부가 추가경정예산 편성의 명분으로 '산은 민영화 유보'를 밝힌 것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는 "산은은 대주주인 정부로부터 증자를 받을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시장에서 자금을 동원해야 한다"면서 "새 정부의 창조경제와 산은의 발전을 위해서는 민영화까지는 아니라도 IPO는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당분간 과반수(50%+1주) 주식을 갖고 나머지는 구주매출과 신주발행을 해서 국내 우량기업에 자금을 공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리금융 등 국내은행과의 인수합병(M&A)에 대해서는 "과거와 상황이 달라졌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과거에 산은지주가 우리금융 인수를 추진했을 때는 소매금융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않았을 때"라면서 "현재는 다이렉트 뱅킹 등 소매금융이 안착된 상황에서 지점을 많이 가진 은행 인수는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