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귀재' 버핏에 비법 들어보니<br>전문가 제시한 표·TV뉴스 보고 다음주 주식 오를까 생각 말아야<br>기업 가치 있는지부터 따져 봐야…北투자는 상황 더 바뀌어야 고려
| "지갑에 600달러 있어요"
25일 대구텍 본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한 직원이 "부자인 회장님 지갑에는 돈이 얼마나 있느냐"고 묻자 워런 버핏 회장이 그 자리에서 바로 600달러가 들어 있는 지갑을 보여주고 있다. /대구=이호재기자 |
|
“주식에 투자할 때는 사업을 운영한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희수(喜壽)의 나이에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 워런 버핏(77) 회장은 일반 투자자를 위한 투자비법을 가르쳐달라는 말에 “비법은 없다. 다만 조언할 뿐(I don’t have tip, Just advice)”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투자의 귀재’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버핏 회장은 25일 대구 용계리 대구텍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문가들이 제시한 표나 TV 뉴스를 보고 다음주에 주식이 오를까, 배당을 얼마나 할까, 주식분할 가능성 등을 생각하지 말라”며 “사업을 운영한다고 생각하고 기업이 가치가 있는지를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포스코 주식을 살 때도 전체 주식 수(9,000만주)에 주가(15만원)를 곱한 값이 포스코라는 기업의 가치보다 높은가 아닌가를 따졌고 가치가 있어서 투자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중국과 한국의 증시가 너무 많이 올랐는데.
▦중국 시장이 굉장한 성장세를 보이는 것은 중국 경제의 건실한 성장이라는 펀더멘털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 시장 현황이 지금 어느 지점인지는 모르겠다. 한국 시장은 터무니없이(ridiculously) 저평가돼 있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로 한국 경제에 문제가 많다는 인식 때문이다.
-최근 중국을 방문한 길에 중국 시장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표시했는데. 또 한국은 어떻게 보나.
▦중국 시장은 잘 모르지만 우리가 유일하게 소유했던 패트로차이나는 최근 매각했다. 난 시장을 예측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저평가된 주식을 매입할 뿐이다. 한국 시장은 일반적으로 볼 때 다른 여러 나라보다 매력이 많다.
-중국 패트로차이나 주식을 팔았을 때 윤리적인 문제도 고려했나.
▦패트로차이나는 일류 회사다. 패트로차이나가 윤리적이지 않다는 것은 잘못된 주장이다. 회사를 놓고 A가 더 윤리적이냐, B가 더 윤리적이냐 물으면 답할 수 없을 것이다. 난 패트로차이나가 비윤리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시아 지역이나 한국 시장에서 추가적인 인수 계획은.
▦내가 찾는 기업은 세계 어느 나라 기업이나 기준이 같다. 대기업이고,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사업을 영위하며, 영속성 있고, 합리적인 사업을 할 회사. 유능하고 정직한 사람이 경영하는 회사다. 회사 이름을 말하긴 어렵다.
-한국의 IT기업에 투자할 생각은 있나.
▦매년 다양한 분야의 수백개 비즈니스를 검토한다. 이때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비즈니스를 하는가, 10년, 20년 뒤에 어떻게 될지 예상할 수 있는가, 경영자는 정직한가, 나는 얼마를 투자해야 하는가를 따진다. 불행히도 난 기술주에 투자할 만큼 똑똑한 사람이 아니다. 구글은 2,000억달러의 시장가치를 가진 굉장히 훌륭한 회사이고 매년 14%씩 성장하면 5년 내 4,000억 혹은 5,000억, 6,000억달러의 가치를 기대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기술에 투자하기 위해선 예측을 잘해야 하는데 난 그런 능력이 없다. 기술 관련 투자게임은 하고 싶지 않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는 미국 시장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어느 정도의 영향은 있다. 앞으로 1~2년간 미국의 소비자들이 구매력이 약해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버크셔 해서웨이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 같다. 미국이든, 한국이든 부정적인 소식은 항상 있기 마련이다. 지난 100년을 되돌아보면 10~15번 정도의 문제가 있었다.
-외환시장과 미국 달러가치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달러가치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지금까지 달러 외에 다른 외환에 투자해왔다. 지난해 22억달러의 수익을 냈고 올해 1억달러를 추가적으로 얻었다. 외국기업에 대한 주식투자도 하고 있다. 예를 들면 영국 테스코 주식을 샀고 포스코도 달러당 1,150억원일 때 사들여 지금 900원 정도니까 환차익만 3억~4억원을 벌었다. 달러는 당분간 약세를 보일 것이다.
-자신의 투자에 대해 후회해본 적이 있나.
▦살아오면서 수백개의 기업에 투자했다. 그 때마다 결과가 다 좋았던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좋은 성적을 거뒀다. 돌아보거나 후회하지 않는다.
-북한에 대한 투자를 할 생각은 없나.
▦난 올해 77세이다. 그 질문을 받은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하지만 너무 장기적으로 생각한 것 같다. 내 생애에 북한에 투자할 기회가 있을까. 북한의 상황이 굉장히 많이 바뀌어야만 투자를 고려할 것이다.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나.
▦(웃음) 난 코카콜라를 많이 마신다. 매일 5캔씩. 당신도 코카콜라를 많이 먹으면 77세까지 살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코카콜라의 지분 8%를 소유하고 있는데 12병 중 1병은 우리에게 직접적인 수익을 준다. 난 아무리 좋아도 지분을 소유하는 것이 좋은 투자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주식을 사지 않는다.
-한국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있는가.
▦난 제품을 많이 사용하는 사람이 아니라 좋은 소비자가 못 된다. 49년 전에 산 집에서 계속 살고 10년마다 차를 바꾸지만 지금 쓰는 차는 한국 차가 아닌 캐딜락이다. 속옷도 한국 속옷이 아니다. 난 인생에 필요한 것을 다 가지고 있고 필요가 없으면 사지 않는 성격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코카콜라를 만든다면 한번 먹어보곤 싶다.
-대구텍은 IPO 계획이 있나.
▦(에이탄 베르트하이머 IMC그룹 회장=전혀 없다. 저희가 할 부분은 고객을 찾고 최상의 상품을 제공해 최대한 가치를 창조하는 것이다.) 대구텍은 안 팔 것이다. (웃음) 가족을 파는 것이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