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하는 500여㎞의 경부운하를 만들어 물류비를 획기적으로 절감하고 내륙지역의 개발을 도모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청계천 복원사업으로 성공을 거둔 바 있는 그이기에 과연 제2의 신화를 만들 것인가에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경부운하사업은 시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청계천 복원사업과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 어디까지나 경제성에 바탕을 두고 국가투자의 우선순위에 따라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사업이다.
유럽과 미국의 일부 강에서 운하를 이용한 운송이 이뤄지고 있지만 이는 이미 19세기나 20세기 초반에 건설된 운하를 활용하는 것일 뿐이다. 최근 50년간 전세계적으로 운하건설은 거의 추진되지 않고 있다. 다른 교통수단과의 경쟁에서 뒤지고 수익성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지난 61년 시작돼 92년에 전구간 개통된 유럽의 라인-마인-다뉴브강 연결운하와 85년에 개통된 미국의 테네시강과 톰비그비강 연결운하만이 두드러진 사례일 뿐이다. 특히 후자는 경제성이 없이 추진된 전형적인 정치적 프로젝트로 잘 알려져 있다. 유럽에서도 프랑스의 센강, 이탈리아의 포강, 영국의 템스강 등에서는 하류지역을 제외하고는 내수로 운송이 활발하지 못하다. 수량 부족과 계절적인 불균형, 굴곡이 심한 수로구조와 과다한 수문, 수로 폭의 제한 등 근본적인 문제점들이 있기 때문이다.
과연 우리나라에서 경부운하를 만들 경우 물류비를 절감할 수 있을까. 우선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해 경부간 화물운송을 하는 경우 시간과 비용면에서 다른 운송수단에 비해 크게 뒤떨어진다. 운항을 한다고 하더라도 여름 우기에는 홍수 때문에, 동절기에는 결빙으로 통항에 제한을 많이 받게 된다. 현대 물류의 생명인 신속하고 안정적인 서비스가 불가능하다. 야간통행의 경우 부표설치를 한다 하더라도 운항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쉽지 않고 또 야간 갑문관리 등에 따른 비용을 감안한다면 실제로 운행이 불가능하다. 경부간 운송에 소요되는 통항시간도 3~4일로 연안해상운송보다 훨씬 더 많이 소요될 것이다. 경부운하를 이용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통과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문제는 시설투자가 필요 없어 통과비용이 없는 연안해상운송도 오늘날 시간기반 경쟁에서 뒤져 이용이 거의 안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강과 낙동강의 하상계수(최대홍수량과 최저강수량의 비율)는 각각 462와 633으로 라인강의 18, 미시시피강의 120에 비해 엄청나게 높다. 수량이 풍부해 상시 운항이 가능한 이들 강과 달리 우리의 강은 거의 물이 없어 홍수기 이외에는 수심이 바닥을 겨우 덮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선박운항에 필요한 수심을 확보하려면 많은 댐을 축조해야만 한다. 여러 가지 지형 제약으로 통항이 어려운 곳이 많다. 하천간의 높이 차이 때문에 여러 개의 갑문 또는 터널이 반드시 필요하다. 좁고 구불구불한 하천을 확장하거나 직선화해야 하고, 수심유지 준설 등이 대대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선박의 통과를 위해 기존 교량 등 하천구조물의 대대적인 정비도 필요하다. 아울러 운하공사로 인해 홍수폐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하천이 전반적으로 재정비돼야 한다. 하천 인근에 거주하거나 하천부지를 이용하는 지역주민에 대한 보상도 고려해야 한다. 건설에 따른 공사비가 막대할 전망이다. 라인-마인-다뉴브 운하의 경우에도 초기 계획치보다 실제 투자비가 거의 두 배나 들었다.
라인강이나 미시시피강과 달리 경부운하 주변에는 물동량을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이 없다. 따라서 대규모의 투자에도 불구하고 경부운하는 물류면에서 전혀 효과가 없을 전망이다. 물론 운하건설로 인한 고용증대와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있을 수 있다. 그 효과는 건설 당시에만 일시적으로 발생할 뿐이다. 운하가 건설된 후 운영시 발생하는 경제적 효과는 거의 없으면서 운영유지를 위한 비용만 엄청나게 든다. 결국 경제적으로 지속성을 가지지 못하는 경부운하의 막대한 투자비는 강 아래로 잠겨버리는 매몰비용이 되고 말 것이다.
오늘날 두바이의 개혁을 이끌고 있는 셰이크 모하메드는 상상을 초월하는 프로젝트로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국내외 수천명의 전문가 자문과 3~4년간의 신중한 검토 후에야 사업을 추진한다고 한다. 우리의 정치가들이 반드시 배워야 할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