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진실이 없다면 사랑은 변한다

연극 '클로저' 내달 5일부터 앵콜 공연


“사랑의 유통기한은 3년.” 남녀가 만나서 서로에게 끌려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이성적인 매력을 느끼는 감정은 그리 오래 가지 못한다. 서로에게 상처만 남기고 헤어진다. 연극 ‘클로저’는 ‘사랑이란 무엇인가. 사람들은 과연 사랑을 하는 것일까’라는 의문을 떠오르게 만든다. 두 쌍의 남녀의 솔직한 사랑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은 인간의 이기주의적인 본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들은 사랑할 때도, 헤어질 때도 자신에게 솔직하다. 하지만 모두 진실을 외면한 채 현실에만 충실하는 전형적인 도시 젊은이들이다. 이들은 사랑을 할 때 조차 그 사랑을 확인하려고 한다.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지에 대한 생각은 하지 않은 채. 결국 서로에게 아픔만 남기고 뿔뿔이 흩어진다. 소설가가 꿈이지만 부음기사를 쓰는 성일, 사랑 받고만 싶어하는 스트리퍼 수정, 피부과 의사 종학, 사진작가 영지. 네 사람은 첫 눈에 반해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뒤따라 오는 권태와 배신과 은밀한 유혹, 질투와 복수와 거짓말, 이로 인한 일상의 파괴로 괴로워한다. 이 작품은 패트릭 마버의 원작을 번안했다. 줄리아 로버츠 등이 등장하는 동명 영화로 관객들의 관심을 더 끌었다. 하지만 인물들의 이름과 지명만 우리식으로 바뀌었을 뿐 번안극의 묘미를 살리지 못했다. 사랑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본 사람이라면 내용에는 공감을 하지만 인물들의 직업이나 이야기 전개가 낯설다. 국내에서 부음기사만 작성하는 기자에 대해 아는 사람이 있을지 의문이다. 김여진, 남성진, 박희순, 윤지혜등 드라마나 영화 작업을 주로 해 온 탓인지 정확한 발음이 어려워 마이크를 쓰는 바람에 연극의 맛이 다소 떨어지는 듯 했다. 또 무대에서만 볼 수 있는 격렬한 연기는 없고 대신 한편의 잔잔한 드라마를 보는 듯 했다. 무대 장치는 탁월했다. 간결하면서도 추상적인 무대는 관객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건조하면서도 외로운 회색 도시의 한 단면을 느낄 수 있다. 수 정이 죽고 나머지 세 사람이 한자리에 모이는 마지막 장면에 등장하는 매달린 고목은 비틀리고 꼬인 네 사람의 마음을 표현하는 듯 했다. 4월 5일부터 대학로 씨어터1에서 2개월간 공연한다. (02)516-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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