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기자 방담><BR>슈퍼개미 출현 개인투자자들 큰 손해<BR>적립식펀드 인기·테마주 기승등 눈길<BR>코스닥시장 '벤처 활성화' 대책 기대감
![](http://newsimg.sednews.com/2004/12/30/1HP28FWYG2_1.jpg) | 외국인 M&A논란, 수퍼개미의 주식시장 종횡무진 등은 올 한해 증시에서 가장 큰 화두였다. 본지 증권부 기자들이 30일 여의도 증권거래소에 모여 2004년 증권시장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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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증권시장 "외국인 경영권 공세에 일년내내 시끌"
슈퍼개미 출현 개인투자자들 큰 손해적립식펀드 인기·테마주 기승등 눈길코스닥시장 '벤처 활성화' 대책 기대감
외국인 M&A논란, 수퍼개미의 주식시장 종횡무진 등은 올 한해 증시에서 가장 큰 화두였다. 본지 증권부 기자들이 30일 여의도 증권거래소에 모여 2004년 증권시장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올해는 외국계 투기자본이 서울증시를 상대로 전방위 공세를 펼쳤다.
지난해부터 SK㈜를 상대로 소버린의 경영권 공세가 올해 더욱 거세졌으며, 삼성물산을 둘러싸고 헤르메스가 ‘감놔라 대추놔라’ 하며 온갖 간섭을 했었다. 최근엔 영국계 TCI펀드가 KT&G에게 “주주 말을 듣지 않는 경영진은 퇴진시키겠다”고 까지 협박성 압력을 넣었던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반면 거대 외국자본으로부터 국내 증권산업의 경쟁력을 키워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본지 증권부원들이 여의도 증권거래소에 모여 숨가쁘게 달려온 2004년 주식시장을 되돌아봤다.
-올해 증시의 최대 화두 중 하나는 역시 외국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외국인 떠난 자리 주가하락만 남는구나”라고 할 정도로 증시를 쥐락펴락 했는데요. 특히 경영권위협과 M&A논란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맞습니다. 외국인이 국내에서 차지하는 주식비중이 높아졌고, 또 일부 우량종목의 경우 외국인 지분율이 60%도 넘어섰지요. 때문에 국내 기업들은 경영권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SK와 삼성물산이 대표적입니다. SK는 내년 주총에 소버린과 다시 한번 표대결을 해야 할 상황입니다. 삼성물산의 경우 재미있게 상황이 전개됐습니다. 일단 헤르메스가 M&A가능성을 비춘 후 전량을 소각했습니다. 때문에 헤르메스는 주식불공정거래 혐의로 금융감독원의 조사도 받고 있지요.
-외국인이 정말 M&A시도할 것으로 보십니까.
▦2004년 한해 동안 시장에서 회자됐지요. 의견도 분분하고요. 실제로 대한해운, 현대상선은 유럽계 해운사에서 ‘M&A’의도도 비췄던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현실화 된 것은 SK이외 없습니다. 외국인 투자자도 M&A가능성을 퍼트리면서 주가를 끌어올린 뒤 차익을 실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들 정도입니다.
-올해는 국민연금, 외국인 등의 비중 확대로 저변이 넓어진 듯 보이지만 사실 개인들의 참여는 저조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를 무엇으로 보십니까.
▦아무래도 학습 효과 때문이죠. 매번 ‘상투’를 잡고 외국인이나 기관의 ‘총알받이’ 역할밖에 하지 못한 게 현실입니다. 정보력이 취약한 상황에서 작전세력이나 외국인들의 치고 빠지는 공세에 당하다 보니 정나미가 떨어질 수밖에요. 지난해 코스닥 시장에서 개인들의 순매수 상위 10위 종목 중 절반 이상이 50% 안팎의 마이너스 수익률을 냈더군요. 이런 맥락에서 개인 투자자들은 ‘리스크 회피를 위해 여러 개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보다 확실히 아는 한두개 종목에 집중하는 게 수익률이 더 높았다’는 미국 미시건대의 최근 보고서 내용을 깊이 새길 필요가 있습니다. 모르는 주식에 투자하면 십중팔구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개미도 개미 나름이다 보니 ‘슈퍼 개미’라는 말도 유행했지요.
▦1월에 경규철씨가 서울식품의 경영권을 인수하겠다고 선언한 뒤 주가가 4,000원을 밑돌던 주가가 석달만에 9만원이 됐습니다. 경씨는 6월 말에도 한국슈넬제약 지분을 대거 매입, 재미를 많이 봤는데 ‘원조 슈퍼개미’라는 이름이 붙었지요. 이후 비슷한 큰손 개미들이 남한제지, 한국금속 등을 번갈아 가며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미끼로 주가를 끌어올린 뒤 팔아치우는 바람에 사회 문제로 비화됐죠. 개인투자자들은 ‘폭탄 돌리기’ 투자라는 것을 알면서도 추격 매수하는 바람에 대부분 손해를 봤습니다. 금감원과 검찰도 뒤늦게 조사를 시작했는데 처벌 수위가 너무 낮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올해는 사상 최저를 갱신한 금리하락과 연결돼 적립식펀드가 무척 관심을 끌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적립식 펀드 규모는 올 초 3,000억원에서 최근 2조원을 넘어섰다는 얘기가 나오니까요. 적립식은 쌓이는 것이기 때문에 2005년엔 4조원, 2006년엔 8조원 등으로 가파른 증가세를 이어갈 수 있느냐가 더 큰 관심거리죠.
-변액보험 판매도 적립식 펀드 인기에 한 몫 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사실 보험 자체가 적립식 상품입니다. 변액보험은 기존의 보험료에다 매월 추가로 돈을 더 받아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해 보험금을 높여주는 상품이죠. 막강한 보험판매 조직이 변액보험을 팔면서 적립식 투자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을 높인 부분도 무시 못합니다.
-외국계 자산운용사?약진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죠. 최근 피델리티가 본허가를 받은 만큼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시장공략이 시작되지 않을까요.
▦그렇죠. 외국사의 최대관심은 기업연금에 있습니다. 그러나 간접투자시장에서 자기 영역을 넓혀놓는 것도 중요하죠. 자본력과 노하우를 무시할 수 없는 만큼 국내사들은 긴장해 있죠.
-그동안 말로만 무성하던 증권사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도 바로 올해가 아닌가 싶습니다. 실제로 인수합병(M&A) 등 증권사간의 합종연횡이 이번처럼 가시화된 적이 없던 것 같은데요.
▦사실입니다. 증권사 구조조정 문제는 우스갯소리로 ‘10년전 얘기’라고까지 하면서 설마 했던 것이었지만 한번 봇물이 터지기 시작하자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퍼졌습니다. 연초 푸르덴셜증권이 현투증권과 현투운용을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CJ투자증권을 제외한 나머지 전환증권사들이 모두 인수협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LG투자증권인데요. 사실 이전까지만 해도 국내 최대증권사 중 하나인 LG투자증권이 매각대상에 오르리라고는 아무도 생각 못한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LG카드가 부실화되면서 그 유탄을 LG투자증권이 맞게 된 것이지요. 이걸 두고 LG증권 내에서는 “지지리 운도 없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밖에 SKㆍ한누리증권 등 중소형 증권사들도 새로운 주인을 찾기 위해 물밑 작업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코스닥 시장은 올해도 끝없이 추락했지요.
▦그렇습니다. 코스닥 지수를 100 단위로 올리고 스타지수를 만드는 등 다양한 노력을 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더구나 2003년 엔씨소프트, 기업은행을 비롯해 올해 KTF까지 거래소로 이전, 시가총액 상위종목이 모두 빠져나가면서 시장 공동화 현상을 빚기도 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개인의 시장 이탈까지 더해지면서 코스닥 지수는 사상최저기록을 경신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시장 존립마저 위협받을 지경에 이른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납입, 회사자금횡령, 대표이사 구속 등 매일같이 쏟아지는 나쁜 소식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정부 등 외부에 뭘 해달라고 요구하기 전에 시장 내부의 제도개선과 자정기능 등을 통해 투자자들의 마음을 잡는 게 우선입니다. 그래야 최근에 나온 정부의 벤처활성화 대책도 제대로 효과를 볼 수 있을 겁니다.
-올해도 코스닥 시장에는 테마주가 기승을 부렸죠.
▦코스닥 간판주인 정보ㆍ기술(IT)주들이 주도주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하다 보니 줄기세포주니 조류독감 관련주니 하는 테마주에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마 올해 거래소와 코스닥을 통틀어 최대 화제주를 고르라고 하면 산성피앤씨를 꼽을 수가 있겠죠. 연초에 2,000원 정도였던 주가가 10배 이상 폭등했으니까요. 골판지를 만드는 제지회사인 산성피앤씨는 줄기세포 관련 연구소에 지분 투자했다는 점이 부각돼 11월초부터 상한가 행진을 했는데요. 관련 전문가들은 지분 투자 가치가 기업 실적에 이어질 지는 미지수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는데 투자자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았죠.
-벤처활성화 대책이 코스닥시장을 살릴 수 있을까요
▦사실 여러 면에서 획기적인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잘만 실천하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봅니다. 코스닥시장 등 관계기관과 등록기업 등 많은 분들도 만족스러워했습니다. 가격제한폭을 확대하고 유망 벤처기업의 코스닥 등록을 쉽게 하고 세제혜택을 주는 등 그동안 시장 참여자들이 지적해온 내용들이 대부분 포함됐습니다. 문제는 실천인데 진정으로 가능성 높은 유망 벤처와 돈 빼먹는 기술만 좋은 벤처 선수를 가려내는 안목을 키우는 일부터 시작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제2의 벤처거품이 생기지 않습니다.
-‘차이나 쇼크’로 증시가 급락한 이후 지난 5~6월에는 선물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기도 했죠. 이 와중에 손해를 본 사람들도 많았던 것 같은데요
▦ 5~6월부터 개인투자자의 참여가 급증하면서 이상 과열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지난 4월 3.86배에 불과했던 현물과 선물의 배율이 6월초에는 무려 10배에 육박했습니다. 선물 거래 대금이 현물의 10배가 넘는 기형적인 모습이 나타나면서 현물의 파생상품인 선물이 현물시장의 움직임을 좌지우지하는 일명 ‘왝 더 독(wag the dog)’ 현상도 나타났죠.
그렇지만 개인들은 적극적인 참여에도 불구하고 정작 손해를 많이 봤습니다. 올해 상반기 중 개인투자자들이 선물ㆍ옵션시장에서 입은 손실액이 무려 5,000억원에 달한다는 조사도 나왔습니다. 심지어 재야 고수로 꼽히는 이들도 상당한 손실을 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와중에 ‘압구정동 미꾸라지’로 불리던 재야 고수인 윤강로 KR투자 대표가 한국선물㈜를 인수함으로써 제도권으로 발을 내디뎌 선물업계에서는 화제가 되기도 했지요.
-올해 채권 시장은 강세 기조 속에 사상 최저 수준의 시장금리를 기록한 한해지요.
▦맞습니다. 올 한해 채권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보다 1년 내내 시장 금리가 하락한 가운데 지난 8월과 11월 두 번에 걸친 콜금리 인하로 지표 금리가 연일 사상 최저 치로 떨어진 데서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예컨대 국고3년 수익률은 지난 1월9일 4.97%를 정점으로 12월7일 3.24%까지 하락하면서 연초에 비해 170bp가량 떨어졌죠. 하락하는 중간에 단기 반등국면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반등폭이 21~28bp에 불과했습니다.
그만큼 투자 전략을 짜기가 어려웠다는 얘기도 될 것입니다. 바이앤홀딩(Buy & Holding)전략이 유효했지만, 타이밍 잡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을 늘리는 등 주주중시 경영을 확대한 것도 눈에 띄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증시가 기업들의 자금조달 창구가 아니라 오히려 가지고 있는 돈을 쏟아부어야 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하는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는데요.
▦그렇습니다. 올해 11월까지 상장 기업들은 유상증자와 기업공개(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이 4조9,635억원이었어요. 반면에 현금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위해 주식시장에 내놓은 돈은 14조1,507억원에 달했죠. 결국 기업들은 9조1,900억원을 주식시장에 헌납한 셈이죠.
이는 우선 대형 우량기업들이 올해 이익을 많이 냈지만 경기전망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설비투자를 기피한데 따른 것입니다. 또 외국인 주주 등이 고배당을 요구하고 나선데다 인수ㆍ합병(M&A) 가능성의 위협에 시달리면서 경영권 방어 등을 위해 자사주를 매입한 영향도 컸습니다.
입력시간 : 2004-12-30 1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