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공기업 부채 감축 모범사례 보여준 LH

빚더미 공기업의 대명사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부채가 줄기 시작했다. 대형 부채시계를 본사 1층에 설치해 직원들에게 위기의식을 불어넣는 등 각고의 노력을 한 결과 올 한 해 빚이 7조원이나 감소한 것이다. 다른 공기업들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개혁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과 대조적이다.


LH가 올해 이룬 경영성적은 눈이 번쩍 뜨일 정도다. 이달 중순까지 토지와 주택을 합쳐 23조7,000억원 상당을 공급했는데 이는 연간 목표치 17조8,000억원의 133% 수준이다. 영업건전성을 평가하는 잣대인 대금회수 실적도 크게 향상됐다는 소식이다. 올해 회수한 판매대금은 18조6,000억원으로 당초 목표치를 4조원 이상 웃돌았다. 판매실적이 좋아지니 빚이 줄어드는 선순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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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LH의 부채는 98조4,145억원이다. 지난해 말의 105조7,000억원에 비하면 7조원 넘게 줄어든 셈이다. 과거와 달리 LH만의 단독사업을 고집하지 않고 민간자본을 유치하는 한편 3년 이상 팔리지 않은 토지를 판매하는 데 집중하는 방식으로 부채감축에 나선 덕분이라고 한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무디스는 이런 성과를 높이 평가해 LH의 신용평가등급 전망을 9월과 10월 각각 한 단계씩 올렸다. 부채과다로 신용등급 하락을 걱정했던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상전벽해라고 할 만하다.

대다수 공기업의 부채감축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LH가 유독 돋보이는 실적을 올리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경영진과 임직원들이 함께 허리띠를 졸라매고 경영정상화를 위해 이를 악물고 뛰었기 때문이다. 판매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옷 벗을 각오로 일하고 성과가 나면 인사평가로 보상받는 신상필벌 원칙이 확실하게 적용된 것이다.

우리나라 비금융권 공기업의 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406조원을 넘는다. 내년도 국가예산 375조원보다 훨씬 많다. 빚더미 공기업을 개혁하겠다고 정부가 나섰지만 지지부진한 상태다. 상당수 공기업들은 개혁은 시늉뿐이고 과도한 부채를 정부 탓으로 돌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런 상태를 방치하면 공기업 개혁이 물거품이 될 것임은 불문가지다. 정부는 공기업들이 LH와 같은 사즉생(死卽生)의 자세로 개혁에 임하도록 고삐를 다시 죌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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