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건설 특수는 지난 1980년대 초에 이어 30년 만이다. 치솟는 유가에 오일달러를 두둑이 쌓아둔 중동 산유국들이 대형 프로젝트를 앞다퉈 발주하고 있다. 우리 건설업체들은 오랜 노하우와 명성을 바탕으로 속속 수주 개가를 올리고 있다. 재스민 혁명 이후 전통적으로 물량이 많았던 플랜트 외에 주택과 상하수도 등 민생 프로젝트라는 새로운 시장까지 형성되고 있어 기대는 더 크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국내 건설업계의 지난해 중동 수주액은 295억달러로 5년 전에 비해 3배 이상 늘었다. 올 들어 아직까지는 지난해의 절반 수준이지만 계약체결 시일이 다소 지연되고 있을 뿐 큰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한다. 협회는 올해 중동 수주액 400억달러까지 넘보고 있다. 이에 힘입어 우리나라의 해외건설 누적 수주액이 오는 6월쯤 대망의 5,000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황금시장에서 우리 건설업체들의 구태가 재연되고 있어 안타깝다. 선의의 경쟁과 협력을 통해 공동의 파이를 키워나가야 하는 업체들 간에 과당경쟁이 도를 넘어 서로 피를 보는 이전투구가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국내시장이 어렵다 보니 해외 출혈경쟁이 심해진 것이다. 심지어 발주 예정가의 절반 수준도 안 되는 덤핑수주를 서슴지 않는다는 것은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입찰 참여업체 10곳 중 5곳이 한국 업체일 정도여서 발주처가 이를 교묘히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상호비방도 낯 뜨거울 정도로 노골적이라고 한다. 우리 정부로서는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자칫 담합 조장으로 오해를 살 소지가 커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출혈경쟁은 부실공사로 이어지기 십상이어서 우리 기업 전체의 신인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 과거 중동 호황기에 우리 업체 간 과당경쟁과 덤핑수주가 빚어낸 폐해가 반면교사이다. 도를 넘은 과당경쟁은 공멸의 길임을 명심해 업계 자율로 수주질서를 바로잡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