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11월 12일] 방송콘텐츠 사후규제로 전환 필요

올 들어 방송계에 주목할 만한 점은 시청률이 높아진 유료방송(PP)의 자체제작 프로그램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청률 1%를 성공기준으로 삼아왔던 유료방송시장에서 '슈퍼스타케이'가 시청률 18%에 육박했다는 것은 국내 콘텐츠 사업자의 제작역량과 경쟁력의 제고를 의미한다. 그러나 이는 단지 하나의 예일 뿐이다. 더 많은 유료방송 콘텐츠가 시장에 나올 필요가 있다. 자유무역협정(FTA)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FTA는 국내에서만 이뤄지던 경쟁이 글로벌 경쟁환경으로 확장됨을 의미한다. 방송 콘텐츠 시장의 완전 개방이 이뤄지면 국내 사업자들 간의 경쟁은 사실상 무의미해진다. 국내 사업자 간 경쟁에만 집중하다보면 글로벌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는 불가능해진다. 따라서 콘텐츠시장 완전개방에 대비하는 첫걸음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현행 PP 규제체제 안에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프로그램의 제작은 쉽지 않다. 매출 규제, 시청점유율 규제, 채널편성 규제 등 다양한 규제가 산재돼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체제하에서는 1~2개 프로그램의 성공은 거둘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전체 콘텐츠산업의 성장과 경쟁력 확보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해외 주요국이 사전적 구조규제보다 사후규제를 통해 PP시장의 매커니즘 작동을 원활히 하고 경쟁을 통한 경쟁력 강화와 공정경쟁 촉진을 도모하고 있는 추세인데 반해 국내 방송정책은 산업정책 관련 목표가 상대적으로 강조되지 못하고 있어 방송 콘텐츠산업의 발전에 제약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FTA 시대 글로벌 콘텐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국내도 사후규제 및 성과규제 체제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시장행위 규제만으로 정책을 추구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시장성과 규제척도를 마련해 성과 규제가 병행돼야 한다. 이러한 정책평가ㆍ시장평가ㆍ성과평가가 정기적으로 이루어져서 다시 정책과 규제에 환류(feedback)되도록 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정책 시스템의 구축이 장기적으로 PP의 콘텐츠 경쟁력을 향상시킴과 동시에 유료방송 시장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 글로벌 경쟁환경에서 국내 콘텐츠산업이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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