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세계은행 내부의 파워게임

월스트리트저널 4월16일자

폴 울포위츠가 지난 2005년 세계은행 총재에 임명됐을 때 우리는 그가 1년 안에 자리에서 쫓겨날 것으로 예측했다. 세계은행 내부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관료들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재계 관계자들이 그를 몰아낼 음모를 꾸밀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이러한 예상이 지금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세계은행 안팎에서는 울포위츠가 여자친구 문제로 도덕적 물의를 일으킨 것과 관련해 그가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울포위츠 총재의 도덕성을 문제 삼기에는 이번 사건은 너무 사소하다. 오히려 울포위츠는 세계은행 관리들과 채무국의 책임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개혁하려고 했기 때문에 역풍을 맞은 것으로 봐야 한다. 울포위츠는 세계은행의 책임성을 높이려 했고, 특히 부패 문제를 척결하고자 노력해왔다. 이런 울포위츠의 개혁에 선진국들이 빈곤 국가에 돈을 나눠주는 과정에서 이득을 취하는 사업자들이 반발했다. 그래서 그의 적들이 ‘도덕’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울포위츠의 여자친구 사하 리자는 그가 세계은행 총재가 되기 전부터 세계은행에 근무했다. 리자가 울포위츠와 연인관계라는 사실은 그의 총재 임명 얘기가 나올 때부터 공개됐었다. 울포위츠는 자신의 여자친구 일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위원회의 결론은 울포위츠와 리자의 사적 관계가 공적인 부분과 상충했으므로 리자가 사직해야 한다는 것이다. 청렴위는 울포위츠 총재에게 리자의 전직을 권유했고 그에 대한 책임은 총재한테 있다고 발표했다. 울포위츠가 리자에게 국무부 관련 일자리를 주고 임금을 올려주려고 했다는 것이다. 울포위츠 총재는 12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위원회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울포위츠 총재는 좀더 항변의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울포위츠 총재의 ‘지배력’에 신의가 없다고 외치는 이들이야 말로 세계은행의 부패에 눈을 감은 세력이기 때문이다. 유럽 측에서도 미국 출신이 독점해온 총재 자리를 자신들 중 하나가 채우길 기대하면서 울포위츠의 사임을 바라고 있다. 세계은행 전체 구성원들은 이런 소모전에서 벗어나 세계은행이 선의의 변혁을 일으킬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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