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주식시장]<중>코스닥은 빈사상태
수급 불균형… 판치는 작전… 객장엔 한숨 가득
"솔직히 말해 지금 코스닥시장은 예측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모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기업들의 실적부진, 신뢰성 상실로 투자자들이 코스닥시장을 떠나고 있다며 바닥을 점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는 날개 없이 추락하고 있는 코스닥의 현 주소를 그대로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많은 기업들이 2~3년째 적자를 지속하고 있고 이름만 남아 있는 기업도 수두룩하다.
여기다 작전세력들이 판치면서 불공정거래와 머니게임의 온상으로 전락, 신뢰성은 땅에 떨어졌다. 기관과 외국인투자가들은 계속 내다팔면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온갖 악재가 뒤얽혀 침체의 끝이 보이지 않고 이를 타개할 뾰족한 대책도 없는 실정이다.
▶ 바닥 모르는 주가하락
지난 2000년 초 코스닥시장의 기세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지수는 280선을 넘어 300선 돌파를 눈앞에 두고 거래대금은 거래소를 추월하기도 했다. 그러나 언제 그랬냐는 듯이 지금은 피멍이 든 투자자들의 한숨만 쌓이고 있다.
코스닥지수는 2000년 3월10일 283.44포인트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후 지난달 1일 46.71포인트까지 주저앉았다. 연초 74.47포인트였던 코스닥지수가 46.71포인트로 올들어서만 37.27% 하락했다.
종합주가지수는 같은 기간 724.95포인트에서 646.42포인트로 10.83% 하락에 그쳤다. 거래소에 비해 3배 이상 떨어진 것이다.
시가총액도 연초 53조4,182억원에서 38조1,596억원으로 줄었다. 15조원 정도가 허공으로 날아간 것인데 올들어 127개 기업이 새로 등록한 것을 감안하면 날아간 돈은 훨씬 많아진다. 코스닥 IT의 상징인 소프트웨어 업종지수는 무려 64.25%나 추락했다.
2000년 2월8일 거래대금은 4조8,770억원으로 거래소시장의 3조5,740억원을 추월했다. 같은 달 14일에는 거래대금이 6조4,210억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지난달 1일 거래대금은 4,015억원으로 한창때의 10분의1로 급감했다.
▶ 펀더멘털 붕괴, 수급도 불안정
더 큰 문제는 코스닥기업들의 상당수가 수익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상반기 코스닥기업의 33%인 233개사가 적자를 기록했고 특히 벤처기업의 경우 41%인 141개사가 순이익을 내지 못했다.
류용석 현대증권 연구원은 "코스닥기업이 참여하는 시장이 작은 규모인데다 기업이 급증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고 경기위축으로 대기업들이 설비투자를 확대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등록된 코스닥기업은 847개로 지난해 말보다 126개나 늘었다. 등록 주식수는 99년 말 41억주에서 지난해 말 84억주로, 올들어 지난달 30일 현재 100억주로 급증했다.
그러나 기관투자가들과 외국인은 코스닥 종목에 대해 신뢰하지 않고 있다. 외국인의 코스닥 시가총액비중은 10%를 맴돌고 있고 기관과 외국인이 전체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3.8%, 3.6% 내외에 머물고 있다.
▶ 머니게임꾼들 기승
시세조종 사건이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하고 대주주들의 불법 행위가 잇따르는 등 불공정거래가 판을 치고 있다.
8월에는 기관계좌를 도용해 델타정보통신 주식 250억원어치를 사기매매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7월에는 한때 코스닥의 황제주로 불렸던 새롬기술의 전현직 임원들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불공정행위를 한 혐의로 적발되기도 했다.
이밖에도 이코인ㆍ하이퍼정보ㆍ모디아ㆍ에이디칩스 등 대주주 관련 비리사건이 잇따랐다.
등록하자마자 보호예수 규제를 피해 주식을 팔아 넘기는 대주주들의 예약매매도 속출하고 있다.
이같이 작전과 불공정거래가 기승을 부리면서 코스닥시장은 믿을 수 없는 시장이 되며 투자자들로부터 점점 외면당하는 신세가 됐다.
▶ 뚜렷한 해결책 없어
코스닥이 이처럼 빈사상태의 위기를 맞고 있지만 뚜렷한 해결책이 없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코스닥위원회는 코스닥시장의 불공정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현재 ▲ 액면가의 20% 이하의 퇴출기준 강화 ▲ 불법행위 관련 경영자 블랙리스트 작성 ▲ M&A 활성화를 통한 퇴출 강화방안 등 다양한 대책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이것들이 제대로 실현될 수 있을지, 또 실효성도 미지수다. 코스닥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부실 및 불공정 기업들을 조속히 정리하기 위해 퇴출기준을 강화하라는 주문이 많지만 특별히 나올 것이 없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오현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