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3인 향후 경기진단
한진희(韓震熙)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9월부터 경기가 떨어지고 있다. 이는 소비와 투자 등 내수가 예상대로 빠른 속도로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9월중 산업경기동향을 보면 수출은 완만하게 증가하고 있지만 내수용 소비재 출하는 마이너스 8.4%를 기록하는 등 내수가 꽁꽁 얼어붙고 있다.
내수 경기의 급속한 하락은 주로 대내외적 요인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첫째, 구조조정 추진 의지에 대한 시장 참가자들의 의구심이 팽배해지면서 금융시장의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시장의 불안 및 이로 인한 향후 경기하락의 가능성에 대한 예상이 주식시장에 반영되면서 개인과 기업들의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키고 있는 것이다.
둘째, 교역조건의 악화가 시차를 두고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교역조건의 악화로 인해 실질구매력이 떨어지고 이에 따라 내수가 감소하고 있다.
현재 상황에서는 기업과 금융 구조조정에 대한 정부 정책이 향후 경기하락의 속도를 결정짓는 중요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구조조정의 추진 의지에 대한 의구심으로 인해 이미 실물경제의 위축이 가시화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정부는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정책을 펴 나가야 한다.
구조조정의 추진에 따른 단기적 경기위축 효과도 현 상황에서는 그리 크지 않을 수도 있다. 구조조정 추진에 대한 불신이 이미 상당부분 시장에 반영되어 있고 기업부실이 상당부분 시장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현 상황에서는 구조조정의 지연으로 인한 비용이 단기적으로도 클 수 있다.
이승명(李承明)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9월에 추석연휴가 끼어 있어 조업일수 감소요인이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생산, 출하, 소비 등 산업활동의 증가세 둔화가 눈에 띈다.
근래 지표경기에 비해 가계나 기업이 느끼는 체감경기가 악화되었다는 주장이 상당히 설득력을 얻고 있는 가운데 마침내 지표경기마저 악화되고 있어 본격적인 경기하강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특징적인 현상을 보면 첫째, 내수 위축이 뚜렷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유가의 지속, 반도체 가격의 하락, 대우차 매각 지연 등의 악재 요인이 직접적으로 가계의 소비 심리, 기업의 투자 마인드를 위축시켜 소비와 투자 등 내수 부진이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향후 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물가상승으로 인해 가계의 실질구매력이 하락하는 경우 소비 둔화세는 가속화될 것이다.
둘째, 그동안 지속되어온 금융불안이 실물경제의 발목을 잡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주식시장 침체로 자산가치가 감소한 가계는 내구재 소비를 줄이고 자금난과 함께 경기전망이 불투명한 기업들은 설비투자를 점차 축소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자동차 등내구재 판매의 감소와 설비투자 등의 지표 하락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셋째, 건설경기의 회복이 좀처럼 보이지 않고 오히려 침체가 이어질 가능성이 엿보이는 점이다. 특히 건설부문에서 비중이 가장 큰 주거용 건설이 부동산 경기 침체의 여파로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점은 향후 건설경기 회복의 큰 걸림돌이라 하겠다.
이근태(李根邰)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꾸준한 수출 증가세가 내수부문으로 파급되지 못하면서 경기의 조정국면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 경기는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 생산을 늘리기 위한 투자가 늘고 이것이 소비증가로 이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현재 수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내수가 위축되고 있는 것은 내구재 소비가 지난해 크게 늘어난 데 따른 반작용으로 하향싸이클을 맞고 있는 데다 유가상승, 반도체가격 하락으로 교역조건이 악화되어 수출증가가 소득증가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구조조정 과정에서의 불안감으로 경기전망이 어두워지면서 소비 및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다.
향후 경기상황은 수출이 계속 활기를 띨 것인가라는 점과 국내경제에 대한 불안심리가 해소될 것인가라는 두가지 요인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수출이 꾸준한 상승세를 유지한다면 국내경기도 상승기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반도체가격의 급락, 유가불안이 지속된다면 우리경제는 성장률은 높게 나타나되 실제 기업이나 국민들이 벌어들이는 소득은 형편 없게 되는 상황, 즉 90년대 중반 외환위기 직전과 비슷한 상황을 맞게 될 수 있다.
또한 부실기업 및 금융기관과 관련된 불투명성이 내년까지 이어질 경우 기업투자, 소비 등 내수경기의 회복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결국 수출의 꾸준한 증가가 경기의 상승세를 지지해주는 역할을 할 것이지만 대내외 불안요인들이 현실화될 경우 언제든지 경기가 하강 내지는 급락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불안한 상황이다.
입력시간 2000/10/29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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