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중소기업 "이젠 불황 버틸 힘도…"

月평균 평균 202곳 부도 시름 “다 정리하고 내년부터 택시 운전이나 할 생각입니다.” 경기 시흥시 시화공단의 철근 구조물 제조업체인 A사 H 사장은 20년 가까이 애지중지 키워온 회사 문을 연말에 닫을 작정이다. 아무리 좋은 제품을 저렴하게 공급해봐도 현금이 돌지않아 사채까지 끌어와 직원 월급과 은행 이자를 충당하다 마침내 한계점에 봉착한 것이다. “몇 년 전만 해도 대형 승용차를 굴린 적도 있어요. 현금으로 공장을 사서 어음발행을 자제하며 사업을 했지만 원청업체들이 현금을 안 푸는 통에 공장을 `껌값`에 내놓았습니다. 빚 잔치하고 나면 전셋집 한채 남겠지요.” 그는 동료 사업가가 회사를 폐업하고 개인택시 기사로 새 출발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요즘 택시기사 자격증에 대해 알아보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내수불황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중소기업들의 몸부림이 애처롭다. 중소형 공장의 기계 10대 중 3~4대가 놀고 있고, 문을 닫는 기업의 숫자도 적잖이 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추락할 곳도 없다는 분위기가 중소기업계에 팽배하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중소제조업체 1,500개사를 대상으로 `생산설비 평균가동률 조사`를 실시한 결과 10월중 평균가동률이 68.9%를 기록, 2월 이후 9개월 연속 60%대에 머물렀다. 적어도 80% 이상을 넘어서야 수지타산이 맞는다는 가동률이 1월의 70.5%가 올해 최고 기록으로 꼽힐 만큼 중소기업의 경영여건은 매월 사상 최악의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10월 가동률이 9월(66.6%)보다 2.3% 포인트 높은 것이 그나마 희망적인 메시지. 그러나 이마저도 9월 중 태풍 매미의 피해와 추석연휴가 겹쳐 조업일수가 줄었기 때문에 생긴 `숫자 놀음`에 불과하다. 부도법인도 올 들어 부쩍 늘었다. 중소기업청이 조사한 서울,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울산, 수원 등 전국 8대 도시의 부도 법인은 2000년 2,800곳(월평균 233곳), 2001년 2,349곳(월평균 196곳), 2002년 1,973곳(월평균 164곳) 등으로 점차 줄어들다가 올해 2,024곳(10월말 현재ㆍ월평균 202곳)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올해 부도법인수는 8월 199곳, 9월 216곳, 10월 226곳 등 하반기 들어 급증하고 있어 2000년 수준에 육박할 전망이다. 공장 매매 전문업체인 공장닷컴의 전희봉 사장은 “2001년부터 망하는 제조업체가 늘더니 공장 매매물량이 앞다퉈 쏟아지고 있다”며 “매물은 많지만 수요가 뚝 끊겼다”고 말했다. 전 사장은 예년에 비해 공장 임대 수요가 70%, 매매 수요가 20% 정도씩 줄었다고 전했다. 완구 제조업체인 한립토이즈 소재규 사장은 “국내에 공장과 본사를 두고 수출하는 업체들은 해외시장에서 어떤 경쟁력도 내세울 수 없다”고 단언했다. 완구업계만 해도 올해 수출이 지난 해에 비해 70% 정도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중국과 동남아시아에 공장을 두고 있는 업체들이 그나마 선방해서 얻은 결과라고 소 사장은 설명했다. 그는 “전통 제조업체에게 세금을 인하해주고, 외국인 인력을 과감히 배정해주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기협중앙회 관계자는 “내년 1분기 경기전망마저 우울한 게 더 큰 문제”라며 “내수를 살릴 수 있는 뾰족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관련기사



김태훈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