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지난달 중순부터 미국산 수입 체리 1상자(1.35㎏)를 1만3,900원에 선보이는 특가전을 시작했다. 여름철 고급 과일로 불리는 체리가 수박을 넘볼 정도로 인기를 끌자 마련한 대대적인 할인행사다.
하지만 장맛비가 내린 지난 주 서울 하월곡점과 역삼점 등 일부 점포에서 곰팡이가 피거나 짓무른 체리를 버젓이 판매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주 이마트 하월곡점에서는 매장에 진열한 체리의 70%가량이 곰팡이가 핀 제품이었고 역삼점도 상한 체리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정상적인 판매가 불가능한 제품임에도 별다른 조치 없이 판매를 계속해왔다는 얘기다.
서울 성북구에 사는 이은미(33)씨는 "아이 간식용으로 이마트 하월곡점에서 체리를 구입했는데 집에 와서 열어 보니 절반 이상이 썩거나 문드러져 있었다"며 "체리 상자에 '후레쉬센터'라고 적혀 있어 안심했는데 아이한테 먹였다고 생각하니 지금도 가슴이 철렁하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장맛비로 습도가 높아진 탓에 배송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고 해명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체리는 보관이 까다로운 과일 중 하나인데 최근 장맛비가 내리자마자 기온이 크게 오르면서 일부 체리의 신선도에 차질이 빚어진 것 같다"며 "해당 제품은 전량 회수했으며 앞으로 위생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마트 하월곡점 인근에 위치한 홈플러스 월곡점과 롯데마트 삼양점이 판매하는 체리는 별다른 문제가 없어 이마트의 위생관리에 허점이 생긴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마트는 2012년 1,000억원을 들여 경기도 이천에 첨단 농수산물 저장창고인 '후레쉬센터'를 지었다. 연면적 4만6,535㎡(1만4,077평)에 지하 1층, 지상 5층으로 구성된 국내 최대 규모로, 각종 신선식품을 보관했다가 전국 점포에 내보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 유통되는 체리 대부분은 미국 워싱턴주에서 생산된 것으로 전량 수확 후 3일 내 항공편으로 배송된다"며 "똑같은 체리인데 유독 이마트에서만 문제가 발생한 것은 보관이나 배송에 결함이 생겼다는 의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