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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시장 회복세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국내 양대 경매회사인 서울옥션과 K옥션이 야심작을 들고 가을 메이저 경매를 마련했다. 올 상반기 국내 그림 시장 규모가 9% 상승하면서 투자자들이 작품 구입을 고려할 수 있음을 감안해 추정가를 비교적 낮게 안정적으로 잡은 것이 특징이다.
◇K옥션, 샤갈 유화와 빈티지 시계=K옥션은 총 221점의 출품작을 두고 9월7일 신사동 사옥에서 9월 메이저 경매를 진행한다. 프랑스의 초현실주의 화가 마르크 샤갈의 유화 ‘결혼과 서커스’가 단연 눈을 사로잡는다. 샤갈 특유의 시린 푸른색이 지배적인 이 작품은 작가 말년인 1980년에 그린 것으로 추정가는 14억~18억원으로 정해졌다.
전시기획자 겸 컬렉터였던 윤상(1919~1960)이 수집한 ‘현대화가작품전’ 화집도 8,000만~1억5,000만원에 출품된다. 현대화가작품전은 1956년 동화백화점 화랑에서 장욱진ㆍ천경자 등 49명이 참여해 열린 전시로 서화첩에는 박수근ㆍ김기창ㆍ이상범 등이 전시 방문 기념으로 남긴 그림과 글 111점이 들어 있다. 당대 작가들의 기록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미술사적 자료로 평가된다.
한국의 1세대 여류화가인 우향 박래현(1920~1976)의 ‘드로잉북’이 최초로 공개돼 추정가 5,000만~1억원에 나왔다. 동양화의 전통적 관념을 타파하고 추상적 실험을 접목한 작가로 1967년 상파울로 비엔날레 참가를 위해 중남미를 여행할 때 스케치한 작품들이 담겼다.
K옥션은 박수근ㆍ이우환ㆍ김창렬ㆍ장욱진ㆍ오치균 등의 미술품 외에 빈티지 시계 18점도 경매에 부친다. 출품작은 28일부터 신사동 K옥션 전시장에서 직접 볼 수 있다.
◇서울옥션, 근대거장과 고미술=서울옥션은 120여점의 출품작을 놓고 오는 9월16일 평창동 사옥에서 가을 경매를 연다. 희귀한 출품작으로 이중섭의 ‘사계’가 눈길을 끈다. 19.3x23.8cm의 작은 종이 화면을 4개로 분할해 연필과 유채로 한국의 사계절을 담았다. 이중섭 작품에서 이렇게 구획을 나눠 주제별 작품을 그린 경우는 드물며 추정가는 2억~4억원으로 책정됐다.
한국적 추상의 대가 김환기의 1970년작 ‘무제’는 커다란 색면과 면을 나누는 선, 잇달아 찍은 점의 리듬감으로 구성된 수작으로 추정가 3억5,000만~4억5,000만원에 출품됐다. 이대원의 ‘농원’(1억2,000만~1억6,000만원), 장욱진의 ‘나무’(9,000만~1억2,000만원), 이우환의 푸른색 ‘점으로부터’(6억5,000만~8억원) 등 인기작이 나온다.
고미술품은 추사 김정희가 제주도 귀양지에서 쓴 편지 8통을 모은 ‘서간첩’(6,000만~1억원)과 한석봉의 24장 ‘서첩’(7,000만~1억2,000만원)이 출품됐다. 고려 후기의 것으로 추정되는 ‘나전 국당초문함’이나 이왕가(李王家) 유물세트 등도 시선을 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