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을 뜻하는 단어인 멘토(Mentor)는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했습니다. 이 말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오디세우스의 친구 멘토르(Mentor)에서 시작됐습니다. 왜 멘토르가 존경의 대명사로 꼽힐까요? 멘토르는 오디세우스가 트로이전쟁에 출정해 20년이 되도록 집에 돌아오지 못하는 동안 그의 아들 텔레마코스를 돌보며 훌륭한 어른으로 키웠습니다. 그래서 멘토르는 ‘현명하고 성실한 조언자’ 또는 ‘스승’의 뜻을 갖게 됐습니다.
벤처 업계에서 이 말은 널리 사용됩니다. 멘토링 프로그램, 멘토와 멘티(Mentee), 멘토십은 스타트업 사장에게 익숙한 말입니다. 초보 경영인에게 멘토가 필요한 것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번주에는 멘토십에 대한 이야기로 채울까 합니다.
◇멘토 먼 곳에 없다, 가까운 곳에서 찾자
창업 초기 가장 어려운 점은 도대체 어디서 정보를 얻을 것인가 입니다. 인터넷 검색으로는 고급 정보를 찾기 어렵습니다. 저는 창업 초기 주변 전문가들과 지인들을 일일이 찾아 조언을 구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부끄러웠습니다. 기자로 일할 때 알게 된 열 살 아래 후배를 찾아갔던 사연이 기억납니다. 그 친구는 불과 1~2년 먼저 사업을 시작한 초보 사장이었는데 대단히 성공한 것처럼 거드름을 피우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초보에게 조차 조언을 구하는 제 자신’을 보면서 현실을 실감했습니다.
하지만 불치하문(不恥下問)이라고 했던가요?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라는 가르침을 되새겼습니다. 선배 벤처 경영인은 “후배에게 묻기를 부끄러워하지 말라”며 “지금 묻지 않고 아는 척하면 당장은 괜찮겠지만 평생 모르는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후배를 만난 그날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습니다. 스스로 찾아서 구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어떤 조언도 해주지 않는다는 냉혹한 현실 말입니다.
그 뒤로는 주변에 알고 지내던 다방면의 전문가와 지인과 선후배를 만나 창업에 대한 자문을 구했습니다. 처음에는 남에게 부탁하는 게 내키지 않았는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얼굴이 두꺼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금 제 주변에 있는 상당수의 멘토들은 창업 초기에 자문을 구하면서 인연을 맺게 된 분들이 많습니다.
저는 전문직에 있는 분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변호사, 회계사, 변리사, 언론인, 사업가, 대학 교수 등 많은 분들을 만나서 제가 사업을 시작했다고 널리 알렸습니다. 일단은 부족한대로 명함을 만들어서 주변에 ‘뿌릴 것’을 추천합니다. 정말 큰 도움이 되는 멘토들은 의외로 멀리 있지 않고 주변에 있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 팀을 알려드리면 명함이 초라해도 상관없습니다. 처음에는 그렇게 시작하는 것입니다. 많은 벤처 사업가들이 창업 초반에 회사 이름과 기업 로고 등을 정하지 못했다고 명함을 만들지 않습니다. 나중에 멋지게 만들고 싶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회사 이름이 결정되지 않았더라도 그냥 임시로 회사명을 정해서 명함을 제작하는 게 좋다고 봅니다. 사업한다는 사장이 명함 한 장 없이 사람들을 만나고 다니는 것은 기본이 안됐다는 인상을 줍니다.
◇스타트업을 위한 멘토링 제도 적극 활용
한국은 요즘 창업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권에서 큰 지원을 받지 못하다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창조경제’의 일환으로 벤처가 다시 각광 받고 있다는 인상을 줍니다. 초창기 사업에 대한 멘토링을 받고자 한다면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멘토링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정부 차원에서는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진흥공단, 창업진흥원 등에서 다양한 벤처 지원제도가 있습니다. 창업 자금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업에 대한 멘토링을 진행해 초기 사업자들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고영하 회장이 운영하고 있는 고벤처포럼과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이 출범시킨 창업보육센터 ‘디캠프(D.CAMP)’ 등도 초기기업들이 걸음마를 배우기 전부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이들은 사업모델에 대한 멘토링은 기본이고 투자연계와 마케팅, 홍보 등 전방위적인 지원정책을 실시해 청년 벤처인에게 인기가 높습니다. 이와 더불어 김범수 카카오 의장과 임지훈 대표가 설립한 국내 대표 초기 벤처캐피탈(VC)인 케이큐브벤처스도 최근 떠오르고 있는 멘토로 꼽힙니다. 초기기업에 적극 투자함과 동시에 사업에 대한 멘토링을 진행해 유망한 기업을 키우고 있습니다. ‘첫눈’을 NHN에 매각하며 스타 벤처인으로 이름 날린 장병규 본엔젤스파트너스 대표도 최근 공격적으로 벤처에 투자하면서 후배들에게 멘토를 자처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 노정석 아블라컴퍼니 대표 등 성공한 ‘1세대 벤처기업가’가 후배 스타트업을 육성하기 위해 멘토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투자만 하던 예전과 달리 성공한 창업 경험과 경영 노하우까지 전수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편 앱센터운동본부가 구글코리아와 손잡고 시작하는 ‘K스타트업’ 프로그램도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이들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창업 투자의 대명사격으로 통하는 와이컴비네이터 같은 프로그램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정말로 제2의 벤처붐이 일어난 것 같습니다.
오랫동안 사업을 해온 선배들은 “멘토 없는 스타트업은 나침반 없이 항해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합니다. 오디세우스가 오랜 여정을 마치고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모든 것을 믿고 맞길 수 있는 ‘멘토르’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당장 창업을 결심한 분이라면 사무실부터 구할 게 아니라, 주변에서 많은 ‘멘토르’를 찾고 자문을 구한 뒤 시작하는 게 옳지 않을까요? 벤처의 여정은 그리 짧지 않고, 항해는 순탄하지만은 않기 때문입니다.
/안길수. 벤처기업가. (주)인사이트컴퍼니 대표. ceo@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