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 일곱 자 한시에 담긴 깊은 울림

■ 우리 한시 삼백수 - 7언절구편

정민 평역, 김영사 펴냄


시·서·화에 두루 능해 삼절(三絶)로 불렸던 자하 신위(1769~1847)는 추사 김정희와 함께 친분이 두터웠던 열여섯 살 아래 문인 김유근에게서 편지를 받는다. 겨우내 기다린 매화꽃이 다녀가고 수선화를 기다리는 마음을 담은 글에는 '매화의 일은 이미 지났고, 수선은 아직 꽃이 피지 않았습니다. 참으로 적료하고 견디기 힘든 아침입니다'라고 씌여있다. 반가운 마음에 신위도 '수선화'로 화답한다. 봄 소식에 아쉬운 것이 꽃인지 벗의 소식인지. "얄미운 매화가 피리 소리 재촉터니 / 고운 떨기 떨어져서 푸른 이끼 점 찍네. / 봄바람 살랑 불자 물결도 푸르른데 / 눈길 고운 미인은 오는가 안 오는가."

관련기사



저자의 해설이 따라온다. "봄 술잔을 나누자던 때가 바로 어제 같은데 매화꽃은 벌써 져서 땅 위로 진다. … 아! 매화꽃 지고, 봄 물이 푸르러 가는 이때, 목 빼고 기다리는 수선화 아가씨는 어째서 여태 소식이 없는가?"

한시나 동양고전 저술로는 드물게 20쇄를 넘겼다는 '한시미학산책'(1996)을 비롯해 40여권을 내놓은 정민 한양대 교수. 이번에는 삼국시대에서 근대까지 7언절구 300수를 책으로 내놓았다. '시경'의 3백편이 그랬듯, 최고의 걸작만을 모았다는 의미로 가려 뽑았다. 주제도 사랑과 인간, 존재와 자연, 달관과 탄식, 풍자와 해학에 이르기까지 만감이 교차한다. 1만9,800원.


이재유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