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고] 시스코의 인터넷장비 전략

윤동훈 한국전자산업진흥회 연구소장시스코시스템즈(Cisco Systems)는 창립한 지 20년도 안됐다. 하지만 최근 한때 나스닥에서 주식시가총액 기준 마이크로소프트(MS)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소프트웨어 일인자라면, 시스코는 네트워크 일인자라 할 수 있다. 시스코가 단기간에 수많은 기업보다 앞서게 된 요인으로 인터넷시대를 꿰뚫어보는 비전을 가졌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우선, 시스코는 인터넷 서비스에 필수불가결한 장비를 생산하기로 했던 전략이 주효했다. 닷컴회사의 설립 붐에 참여하지 않고, 수익성이 확실한 인터넷 교환장비인 라우터를 고집, 세계시장점유율이 80%에 달하는 세계적인 네트워크 장비업체로 도약했다. 나아가 조직 내외의 효과적인 e비즈니스 시스템을 구축, 거의 모든 업무를 인터넷으로 처리하면서 사이버기업으로서의 경쟁우위를 창출하고 있다. 고객과 기업을 연결하는 전자거래서비스망인 시스코접속온라인(CCO)을 운영해 한 해 10억 달러 이상에 이르는 내부 업무의 경비 절감효과는 물론 수요자의 요구를 신속히 파악하고 정확히 대응할 수 있게 됐다. 시스코의 연간 매출은 지난 90년에 1억 달러에도 못미쳤으나 작년에는 200억 달러에 육박했다. 둘째, 인터넷경영과 더불어 인수개발(A&D)에 공격적으로 나선 것이 시스코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지난 94년에 부임한 존 쳄버스 회장은 합병인수(M&A)에 그치지 않고 기술력을 보유한 유망한 벤처기업을 수십개 인수, 연구개발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전략을 택했다. 지난해에만 120억 달러를 투자해 20개 이상 업체를 인수했다. 시스코의 놀라운 성장신화도 최근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매출의 1/3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의 경기가 하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려운 여건에서는 거대한 몸집이 오히려 성가시게 되어 버린 것이다. 매출은 30% 감소했으며 주가는 폭락했다. 특히 무선전화기와 휴대용 통신장비가 주류를 이루는 포스트PC시대에 접으들면서 시스코가 몰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스코는 과감한 구조조정과 새로운 사업에로의 변신을 강화하고 있다. 회사 설립 이후 처음으로 직원의 15%를 해고하고 무선네트워크분야에 투자를 증가시키는 등 차세대 통신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PC시대에 이어 포스트PC시대에도 변화를 스피드하게 주도해 업계의 선두를 지킬 수 있느냐가 과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