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통상마찰 파열음 심상찮다] 한-미

쇠고기 등 현안 산적…'투자협정논의' 중단


힐러리 클린턴 미 상원의원은 최근 조지 부시 대통령에게 편지 한 통을 보냈다. 위기의 자동차산업을 구제하기 위해 정상회담을 여는 등 정부가 본격 개입하라는 것이었다. 이는 미 자동차업계 로비 조직인 자동차무역정책위원회(ATPC)가 북미시장에서 판매호조를 보이고 있는 일본과 한국을 견제하기 위해 환율조작 문제를 점검하라고 요구한 데 뒤이은 것으로 한미간 통상문제가 정부와 정치권 차원으로 확산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미국경제가 나빠지는 시기에는 전통적으로 철강 등 주요 산업을 중심으로 통상압력이 커졌던 점을 감안하면 마찰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형국이다. 통상관계가 이처럼 잿빛으로 바뀔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한미간에 최우선 해결돼야 할 의제들은 이해당사자들에 가로막혀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그동안 통상문제는 어떤 경우 말도 안되는 요구도 있었지만 상당 부분이 우리 국내문제 때문에 해결하지 못했다”며 현실을 진단했다. 미국정부에서는 “스크린쿼터와 쇠고기 수입문제 등 기본사항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자유무역협정(FTA)을 논하려 한다”며 불만을 토해내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6월 이후 처음 한미 통상현안점검회의를 27일부터 열 예정이지만 우리 측 당국자들은 답답함만 호소하고 있다. 현재 한미간에 걸려 있는 핵심 쟁점들은 양대 현안 외에 자동차 수입관세와 지적재산권 보호강화, 기간통신산업에 대한 외국인 지분제한 상향 조정 등 크게 5가지. 스크린쿼터 문제는 미국측이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을 요구하고 있지만 영화인들의 반발에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미국정부와 재계는 146일로 돼 있는 스크린쿼터를 완전 폐지하거나 73일 정도로 축소하라는 입장에서 한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우리 정부는 스크린쿼터를 축소하되 영화산업에 대한 지원금을 확대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지만 단시일 내 해결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쇠고기 수입재개 문제는 그나마 형편이 낫다. 2003년 12월 이후 수입이 중단된 미국산 쇠고기를 다시 받아들이기 위해 정부는 11월 가축방역협의회를 열어 재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돌아가는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미국측 자료에 근거해 판단하면 재개는 불가피하지만 먹거리들에 대한 국민 불신이 팽배해 재개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재개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위생조건 확인 등 협상기간을 감안하면 실제 수입은 내년 상반기에나 가능하다. 이처럼 뒤뚱거리는 동안 98년부터 시작됐던 한미투자협정(BIT) 논의는 ‘없던 일’이 돼버렸다. 재경부 관계자는 “BIT 논의는 이미 중단된 상태이며 FTA 쪽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FTA도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4월 말까지 연쇄적으로 사전점검회의를 가졌지만 이후로는 진전이 없다. 정부 관계자는 “잠정적인 일정도 자신할 수 없는 한마디로 오리무중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정작 문제는 우리 정부가 통상마찰을 오랫동안 끌 수 없는 수세적 입장에 처해 있다는 점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미국 의회가 대통령에게 통상 관련 협상권을 부여한 패스트트랙(신속협상권)이 2007년 7월에 끝나기 때문에 그 이전에는 (협상을)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민간연구소의 한 연구위원은 “우리 정부가 한미 통상협상에서 점점 외통수로 몰려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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