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IMF 구제금융과 물가·국내 금리 전망(국내경제)

◎IMF 구제금융과 물가/긴축재정 강화땐 공공요금 급등환율 급등의 여파가 마침내 국내 물가에 어두운 그림자를 던지기 시작했다. 지난 수개월 동안 급등한 환율은 국내 유가에 대한 인상 압력을 높여 왔으며 마침내 지난달 28일 각 정유사들은 종전 ℓ당 8백40원대이던 휘발유 가격을 9백23원으로 인상, 환율이 급등하면 국내 물가에 악영향을 준다는 일반적인 경제 이론이 틀리지 않음을 보여주었다. 환율의 급등세는 10월들어 가속화된 것으로 9월말 9백14원80전이던 환율이 불과 두달만에 20% 이상 상승하였다. 그림에서 보듯 10월까지 환율이 소폭이나마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었음에도 불구, 국내 정유사들의 가격 경쟁과 국제 유가의 안정세를 바탕으로 휘발유 소비자 가격은 소폭의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환율이 급등한 10월 이후 휘발유 가격은 환율과 함께 수직 상승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환율이 급등하면 달러화로 표시된 수입품의 가격이 오르지 않더라도 이를 원화로 표시할 경우 환율의 상승폭 만큼 제품가격이 오르게 된다. 특히 원유와 같은 원자재는 단순히 유가의 상승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내 각종 제품의 생산 단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아직 유류 가격이 국내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가시화되지는 않고 있으나 향후 물가 상승의 압력은 지속적으로 증대, 물가 안정을 위협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0월까지의 물가는 공산품의 가격 안정과 풍작에 힘입어 이례적으로 안정된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나 환율의 급등이 마침내 국내 유가의 급등을 가져온 만큼 향후 물가에 대해서는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정부가 지난달 21일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 신청을 전격 결정함으로써 물가 안정의 향방을 점치기 더욱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다. IMF는 미시적으로는 강력한 구조조정, 거시적으로는 경상수지 축소 및 재정 긴축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물가는 IMF가 어느 정도로 강력하게 재정 긴축을 요구할 것인가에 영향받을 것이다. 재정긴축을 위해서 정부는 우선 각종 공공 투자를 축소하는 한편 재정 수입을 증대하기 위해 소득세, 간접세, 공공 요금 등의 인상을 추진할 것이기 때문이다. 향후 물가 안정에 대해서는 낙관론과 비관론이 엇갈리고 있다. 우선 낙관론은 우리나라가 거의 균형재정을 달성하고 있기 때문에 긴축 요구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또한 간접세 및 공공 요금의 인상으로 물가를 불안하게 하는 것은 IMF의 목표인 경제 안정과도 일관성을 가지지 못하는 만큼 혹독한 긴축을 요구하지는 않을 것이며 총수요 위축에 따라 물가가 오히려 안정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 근거하고 있다. 반면 비관론은 IMF가 강력한 재정 긴축을 요구, 간접세와 공공 요금의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우려에 근거하고 있다. 특히 공공 요금을 현실화하고자 하는 정부의 의도와 맞물릴 경우 그 인상폭은 매우 크게 나타날 수 있다. 강력한 긴축 요구는 경기 위축과 물가 불안이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야기할 가능성을 높일 것이다. 따라서 내년은 우리 경제가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경제적 고통을 겪는 한해가 될 가능성이 있다. ◎국내 금리 전망/자금시장 위축 가속… “급등” 불가피 지난 11월에는 종금사의 외화 및 원화 자금난 악화에 따라 자금시장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시중금리는 폭등세를 기록했다. 종금사의 부실화 심화와 정부의 구조조정 방침에 따라 은행권마저 종금사에 자금 공급을 기피, 종금사의 자금난이 악화됐다. 게다가 자금시장의 경색과 기업 연쇄부도 가능성 고조로 자금 및 채권시장은 급속히 위축됐다. 이에 따라 콜금리는 15%대를 넘어서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고 회사채 수익률은 18%대까지 폭등했다. 또한 원화자금 확보를 위해 종금사가 보유 CP를 대량 매각함에 따라 기업의 최대 자금줄인 CP 유통수익률이 20%를 상회, 기업의 자금난과 기업 연쇄부도 가능성은 더욱 확산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됐다. 한편 IMF 구제금융 신청으로 향후 재정 및 통화긴축과 이로 인한 고금리시대의 도래가 전망됨에 따라 기관투자가들의 매수세 약화와 자금을 미리 확보하려는 기업들의 가수요도 금리 폭등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12월에도 금융시장 불안에 연말 자금수요까지 겹치면서 시중금리의 불안 양상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부실 종금사에 대한 구조조정이 실행에 옮겨지기 전까지는 종금사의 자금난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 현재의 자금시장 위축 상황이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재정 및 통화긴축, 구조조정 등 IMF의 요구조건의 방향이 구체적으로 결정될 때까지는 중장기 자금을 미리 확보하려는 기업들의 가수요가 늘어나는 반면 금융기관들은 자금을 초단기로 운용하려는 경향을 나타낼 것으로 보여 금리 급등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