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9일자- 일본 아사히(朝日)신문 사설싱가포르에서 열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주최의 외무장관급 회담이 폐막됐다.
이번 회담에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킬 만한 커다란 성과는 없었지만 아시아의 안정을 위해 또 한걸음 내디뎠다고 평가할 수 있다.
주요 의제중 하나였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조선)의 미사일 발사 문제에 관해 일·미·한 외무장관회의 뿐 아니라 ASEAN 지역포럼(ARF)에서도 우려를 표명, 발사에 자제를 촉구했다.
중국이나 러시아도 참여하고 있는 ARF가 북조선의 미사일 개발은 지역의 안정을 해친다고 의견을 모은 것은 적지않은 의미를 지닌다.
유고슬라비아의 중국대사관 오폭사건으로 악화된 미중관계가 개선되기 시작한 것도 아시아 안정화를 위해 다행스러운 일이다.
캄보디아가 참여해 올해부터는 10개국 대표가 처음으로 「ASEAN 10」의 회합을 가졌다. 하지만 안정보장상의 과제를 주도한 것은 일·미·중·한·러 등 역외국 쪽이다. ASEAN 자체의 존재감은 오히려 저하됐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동지나해의 남사군도 문제가 그 한 가지 예이다.
중국이나 말레이시아 등 영유권을 주장하는 나라들이 최근 암초에 구조물을 건설하는 등 대립이 재연되고 있다. 「지역행동기준」만들기에 착수했다고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는 피했다는 인상을 떨칠 수 없다.
역내의 민주화를 촉구하기 위해 작년에 제기된 내정불간섭의 원칙을 수정하는 문제도 토론되지 않았다.
ASEAN이 이같이 엉거주춤한 자세를 보인 배경에는 아시아 경제위기와 정치변동의 영향이 컸다.
「ASEAN의 맹주」를 자처한 인도네시아는 수하르토 체제 후의 정권을 선택하기 위한 총선거를 막 끝마쳤기 때문에 지역 외교에 눈을 돌릴 여유가 없다.
타이나 말레이시아는 아직 경제재건에 바쁘다. 캄보디아, 라오스의 경제는 정체가 지속되고 있는 등 역내의 2중구조가 두드러지고 있다. 지역 전체에 민주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군사정권인 미얀마와의 격차는 더욱 확대됐다.
ASEAN의 구심력의 저하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 조직은 역내의 신뢰배양을 통해 평화와 안정을 구축하는데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여왔다. 1990년대초에 캄보디아 평화를 실현시킬 수 있었던 것도 이같은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희망을 갖게 하는 것은 10개국의 외무장관이 역외국을 통하지 않고 민주화나 인권문제에 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한 일이다. 서로의 입장을 이해해주면서 해결점을 모색해 가는 ASEAN식의 방법이다. 특히 무역이나 투자의 자유화를 가속화하고, 인재육성이나 노약자 대책에 힘을 기울이기로 합의했다.
일본 정부는 북조선의 미사일 발사 문제에 지나치게 신경을 쓴 나머지 「건강한 아시아」를 만들기 위한 지원책을 충분히 제시하지 못했다. 지역경제의 체력을 회복시켜 결속을 되찾도록 지원하는 일이 바로 일본에 대한 참된 신뢰감을 만들어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