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심층진단] 동양, 감독 사각지대서 자금 조달… 당국 사후 약방문 논란

■ 수면위로 떠오른 동양 구조조정<br>회사채 등 불완전판매 불구 뒤늦게 규제 도입<br>정부 폭탄 터뜨리기보다 뇌관 제거로 불끄기

서울 중구 을지로2가에 위치한 동양종합금융증권 건물. 증권건물 안에 동양그룹의 본사가 자리하고 있다. /서울경제DB

동양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금융감독의 사각지대도 나타나고 있다. 동양그룹 계열사는 금융감독규정의 빈틈을 파고 들며 계열사를 지원해왔으며 감독당국은 이 같은 징후를 알고서도 제재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동양의 위기는 그룹 경영진과 감독당국이 서로 폭탄 돌리기를 한 결과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반면 대기업의 갑작스러운 도산은 관련 계열사 임직원과 수만명에 달하는 개인 투자자의 피해를 불러오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정부당국의 입장도 폭탄을 터뜨리기보다 뇌관을 제거하는 쪽이다.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의 면담 요청에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오너의 책임'을 강조하며 대책을 촉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현 회장에 대한 책임은 일단 접어두고 투자자의 피해를 불러올 수 있는 급한 불부터 끄라는 것이다. 감독당국의 관계자는 "오너가 경영을 잘못했다거나 감독당국이 사전에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지만 동양처럼 규모가 큰 기업은 최대한 살려야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감독 사각지대에서 돈줄 조달…특정금전신탁 문제 커질 듯=동양그룹 사태의 본질은 그룹의 자금줄이 오래 전 말랐음에도 불구하고 계열사를 이용해 억지로 돈을 끌어 썼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촘촘하게 짜인 감독당국의 규정을 어기지 않았지만 취지에 위배되는 정황이 여럿 나타난다.

동양 계열사인 동양파이낸셜대부가 대표적인 사례다. 동양파이낸셜은 올 3월까지 동양 레저ㆍ동양인터네셔널ㆍ동양파워 등에 2,330억원(발생액기준)을 빌려줬다. 현재까지도 동양 레저에는 지속적으로 자금을 대주고 있다.

그러나 동양파이낸셜은 대부업체이기 때문에 금융감독원의 건전성 감독을 받지 않는다. 저축은행이나 캐피털사만 하더라도 계열사에 빌려주는 자금의 한도는 엄격하게 제한되고 10억원 이상 빌려줄 경우 공시해야 한다. 그러나 금융회사로 인정받지 않는 대부업체인 동양파이낸셜은 이 규제를 벗어난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대부업의 건전성에 대해 금감원이 검사한 적이 있지만 법적 근거를 넘어섰다는 이유로 오히려 금감원 내부 감사에서 지적을 받았다"면서 "동양파이낸셜이 얼마를 계열사에 지원하든 감시할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동양증권에서 동양그룹 계열사의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주도해 판매한 것도 마찬가지다. 현재 동양그룹 계열사가 시장에 판 1조원의 회사채와 6,200억원의 CP 및 전자단기사채 절반가량은 동양증권이 팔았다. 특히 소매영업에 강한 동양증권은 대부분의 물량을 개인투자자에게 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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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상당 부분을 동양증권 특정금전신탁 고객 계좌로 매입했다는 점이다. 특정금전신탁이란 금융기관이 고객한테 받은 자금을 운용하고 운용 수익을 배당하는 상품이다. 개인투자자가 위탁한 경우에는 구체적인 투자대상을 지정 받아야 하는데 동양증권은 2011년 이를 생략하고 투자했다가 금감원에 적발됐다.

◇감독당국 사후 약방문=이처럼 불완전 판매 정황이 있는 상황에서 동양그룹 계열사가 만기 도래하는 CP 등을 상환하지 못하고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면 투자자들의 손해가 예상된다.

그러나 동양그룹 계열사의 CP는 대부분 6개월 이내 단기여서 증권신고서 공시 의무가 없다. 이 때문에 불투명한 정보만으로 투자한 경우가 많다는 우려가 인다.

회사채의 경우도 비정상적 판매가 이뤄졌다는 게 금융계의 중론이다. 최근 동양 계열사의 회사채는 동양증권과 골드브릿지ㆍIBK투자증권이 맡아 팔고 있다.

그러나 절반씩 물량을 나눠도 개인투자는 동양증권이 맡고 나머지는 다른 증권사에서 7~8개의 법인에 팔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개인투자자에게 우선 팔고 모자라는 물량을 하도급 업체 등 거래 관계가 있는 회사에 파는 경우가 많다"면서 "고금리 단기 회사채이므로 투자할 만하다고 할 수는 있겠지만 통상적인 투자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감독당국의 검사는 사후 대처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많았다. 이 때문에 감독당국은 올해부터 비로소 동양의 자금 조달을 막는 규제를 도입했다.

10월24일부터 증권사들은 계열사가 발행한 투자부적격등급의 회사채와 CP를 투자자에게 매매 권유할 수 없다. 즉 그간 동양그룹의 회사채를 처분해주던 동양증권을 더 이상 활용할 수 없는 것이다.

뒤늦은 당국의 규제는 시장에 동양 10월 위기설을 낳은 원인이 됐다. 동양 측 관계자는 "감독당국이 정해준 시계가 10월24일이니 그 전까지 가능한 자산을 팔고 신용보강을 받아 CP부터 끌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리온, 해결사 될까=동서그룹인 오리온은 동양과 달리 탄탄한 자금력을 자랑한다. 동양은 갖가지 위기설로 시장에서 저평가된 자산을 묶어 시장에 내놓되 오리온의 오너인 담철곤 회장의 주식으로 신용을 보강 받길 기대하고 있다. 동양은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 자산유동화대출(ABL) 등의 방법으로 5,000억원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시장 저평가를 반영해 7,000억~8,000억원어치의 물량을 발행할 계획이다.

동양 관계자는 "동양증권만 해도 앞으로 동양 계열사 리스크 회사채 등을 팔 수 없으므로 오히려 리스크가 줄고 한 차례 위기만 넘으면 다른 계열사의 숨통을 틔울 수 있다"면서 "오리온 측에 신용보강구조와 상환계획을 설명하고 도움을 기다릴 뿐"이라고 말했다.


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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