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7월 31일] 국민연금의 공격적 투자

지난 2006년 보건복지부를 출입하던 시절에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들을 과천정부청사 브리핑실에서 만난 적이 있었다. 그들은 주식 시장 호황에 힘입어 전년 대비 연기금 운용 수익률이 높아졌다고 밝힌 것으로 기억이 난다. 당연히 주식 투자 비중을 늘려야 하지 않겠냐는 기자들의 질문이 나왔다. 국민연금 고갈 가능성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 현안이었던 상황이라 주식으로 운용 수익률이 높아졌다는 이야기에 귀가 솔깃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자들에게 돌아온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들의 답변은 매우 조심스러웠다. 앞으로 주식시장 호황 지속 여부는 예측이 힘들기 때문에 국민들의 노후와 직결된 돈에 대해 쉽게 판단 내릴 수 없다고 답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7월29일. 박해춘 국민연금공단 신임 이사장은 연기금의 공격적 운용 전략을 밝혔다. 연기금 내 주식투자 비중을 지난해 기준 17.5%에서 오는 2012년에는 40%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박 이사장은 벤치마킹 대상으로는 미국의 캘퍼스를 예로 들었다. 캘리포니아 공무원 퇴직연금인 캘퍼스의 주식투자비중은 2007년 말 현재 56%, 최근 3년간 연평균 수익률이 12.3%로 같은 기간 국민연금 수익률의 두 배에 달한다고 말했다. 고갈 위기를 맞고 있는 국민연금이 주식투자를 늘리겠다는 방침은 옳다. 하지만 이사장이 바뀐 지 얼마 되지 않아 정책의 큰 줄기가 통째로 달라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글로벌 증시의 유례없는 호황으로 수익률이 높았던 지난 3년 캘퍼스 운용 결과를 거울 삼아 앞으로 5년간 주식투자비중을 늘리겠다는 전략도 적절하지 못하다. 현재 글로벌 증시는 불확실성 속에 있다. 미국 경제가 침체할 것이라는 우려 속에 지지부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리 증시 역시 전고점 재돌파에 대한 기대감이 연초에 비해 크게 꺾인 상황이다. 올해 하반기뿐만 아니라 내년, 내후년 증시의 향방 역시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다. 국민연금은 올 상반기 주식 투자 부문에서 마이너스 10.7%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시장수익률보다는 높지만 투자금의 주인이 국민연금이 아니라 국민이라는 점에서 보면 만족할 수 없다. 노후에 기댈 곳 없는 수많은 서민들을 위해 수익성보다 더 중요한 것이 안정성이라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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