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국채보다는 멕시코 국채를 사겠다." (빌 그로스 핌코 CIO)
"독일 국채 수익률은 1년 안에 두 배로 오를 것이다." (헤지펀드 업계 설문조사 50% 이상 응답)
'돈냄새'에 누구보다도 민감한 헤지펀드 업계가 슬슬 독일 국채를 던지기 시작했다. 독일 국채는 이달 초만 해도 미국 국채와 더불어 가장 안전한 투자처로 각광 받았으나 스페인으로 재정위기가 본격 확산되고 독일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리스크가 부각되자 일부 투자가들이 일찌감치 독일에서 발을 빼기 시작한 것.
세계적 채권투자자인 빌 그로스 핌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20일 핌코 트위터를 통해 "독일 국채보다 멕시코 국채를 선호한다"고 밝혔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그는 멕시코가 독일에 비해 부채비율이 낮고 채권 수익률도 높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로스는 전날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도 "독일 국채에 거품이 끼여 있다"고 경고하면서 "독일 국채는 투자실적이 좋아질 수 있는 시나리오가 거의 없는, 매력적이지 못한 상품"이라고 강조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독일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지난 1일 1.172%의 최저점을 기록했으나 유로존 위기악화와 함께 안전자산으로서의 지위에 금이 가기 시작해 19일에는 1.53%까지 상승 마감했다. 그로스는 독일 국채가 지금까지 안전자산으로서 유로존 위기에 따른 수익을 톡톡히 누려왔지만 앞으로는 독일이 유로존을 떠나지 않는 이상 국채 가격이 오를 여지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로벌 시장의 또 다른 거물인 존 폴슨도 독일 국채를 팔기 시작했다. 또 아직까지 매도로 돌아서지는 않았지만 독일 국채에 대한 비관론을 제기하는 헤지펀드 투자가들도 줄을 잇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9일 모나코에서 열린 GAIM 글로벌헤지펀드 콘퍼런스에 참석한 헤지펀드 매니저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향후 1년 내 독일 국채금리가 2배 이상 급등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수 개월 내 독일 국채의 대량 매도사태가 벌어질 것으로 내다봤다고 전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독일과 유럽중앙은행(ECB)의 자금력에 대한 시장의 신뢰는 확고했지만 이제 독일이 비켜가기 어려울 정도로 유로존 위기가 악화했다는 것이다.
풀크럼자산운용의 가빈 데이비스 창업자는 "헤지펀드의 모든 분석적 틀을 사용해봐도 독일 국채 값은 너무 비싼 수준으로 나타났다"며 거품 가능성을 경고했다. 특히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스페인 재정위기가 악화하면서 대규모 추가 구제금융으로 이어질 경우 독일 국채의 대량매도 사태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FT는 덧붙였다.
GLG파트너스의 자밀 바즈 수석 투자 스트래티지스트는 유로존 부채 문제가 해결되려면 20년은 걸릴 것이라고 예고하며 "위기는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