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거품 나는 '신기한 막걸리' 나왔다
"텁텁한 맛 없앤 '거품 막걸리' 젊은층도 좋아할 것"거품 막걸리 개발한 정석태 연구관
임웅재기자 jaelim@sed.co.kr
"'거품 막걸리'처럼 새로운 기술을 개발ㆍ도입하거나 원료ㆍ용기 디자인 등을 고급화하는 시도가 끊임없이 이어져 막걸리가 국내외에서 제대로 평가 받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한국 대표 술이라는 명성을 되찾게 하고 싶습니다."
전통발효기술에 현대적 주조기술을 더해 막걸리 고유의 맛과 색은 유지하면서 맥주처럼 거품이 일어나는 막걸리 개발에 성공한 정석태(45ㆍ사진)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발효식품과 연구관(양조연구실장)은 18일 "맛이 텁텁하고 청량감이 부족한 막걸리의 약점을 극복한 만큼 젊은층을 비롯한 소비층 확대, 막걸리산업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거품 막걸리를 제조하려면 쌀과 곡류를 섞어 만든 고두밥에 물ㆍ누룩을 넣어 당화물(糖化物)을 만든 다음 열처리해 단백질 분해효소(프로테아제)의 활성을 완전히 없앤다. 이후 효모를 접종해 발효시키면 프로테아제가 분해하지 못한 단백질과 효모가 만드는 이산화탄소가 반응해 풍성한 거품이 만들어진다.
이런게 제조된 거품 막걸리는 맥주처럼 따를 때 1~3㎝ 높이의 거품이 생긴다. 이 거품은 막걸리 고유의 향을 유지해주는 동시에 목 넘김을 부드럽게 한다. 거품 유지시간도 2~3분 정도로 맥주(30∼60초)보다 길다. 소비자 입맛에 맞춰 과일의 포도당을 첨가, 2차 발효시키면 막걸리에 포함된 탄산의 양과 청량감이 높아지고 핑크 막걸리 등도 제조할 수 있다. 포도당 첨가량에 따라 탄산 발포력과 청량감을 조절할 수 있고 가라앉는 침전물의 양도 기존 막걸리보다 50∼60%가량 적은 것도 장점이다.
이처럼 샴페인(와인의 일종) 제조 기술과 맥주 거품 기술이 녹아 있는 거품 막걸리는 정 박사의 다양한 경험 덕분에 탄생할 수 있었다. 경북대와 일본 히로시마대(식품공학박사)를 졸업한 그는 1993년 농진청과 인연을 맺은 후 과일ㆍ곡물 발효주 연구를 모두 섭렵했고 외환위기 이후 가공연구실이 없어졌을 때는 휴직한 뒤 일본 주류총합연구소(2001~2006년)에 몸담기도 했다.
정 박사는 "거품 막걸리 제조(곡물을 이용해 막걸리 제조 때 맥주처럼 거품을 생성ㆍ유지) 기술에 대해 지난달 국내특허 출원했으며 원하는 업체들이 사용할 수 있게 통상실시권을 부여, 대중화에 나설 계획"이라며 "당화ㆍ열처리 공정설비를 갖추면 누구나 쉽게 적용할 수 있지만 두 가지 공정이 추가된 만큼 기존 막걸리보다 제조원가는 다소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비자들이 마트 등에서 2,000~3,000원 이상의 돈을 내고도 막걸리를 사서 마실 수 있게 연구자와 제조업체가 더욱 분발해야 한다"고 강조한 뒤 "몇 가지 아이디어를 좀 더 구체화해 색다른 막걸리들을 추가로 개발하고 우리나라의 다양한 과일을 이용해 미국ㆍ칠레 등의 와인과 겨룰 수 있는 국산 와인 개발에도 노력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