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들끓는 공무원 연금개혁 논란] "혈세로 적자보전 더는 안돼" vs "박봉 하위직 생계 위협"

"연금지급 개시, 국민연금 비해 빨라 특혜" 지적

공무원노조 "퇴직금 성격… 他 연금과 비교는 억지"

"메리트 없애면 인재 공직 기피" 우려 목소리도

27일 오후 서울역광장에서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개최한 '공적연금 복원을 위한 공노총 총력결의대회'에 참가한 공무원들이 '공무원연금 개악 중단'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새누리당 경제혁신특위가 한국연금학회에 의뢰해 만들어 공개한 '더 내고 덜 받는'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놓고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공무원연금 적자를 메우기 위해 매년 수조원의 혈세가 투입되는 것을 막고 국가재정을 건실하게 하기 위해서는 적자투성이의 공무원연금 개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당사자인 공무원들은 극렬하게 반발하며 논란만 무성한 상황이다. 특히 공무원 중에 하위직 공무원들은 박봉에다 퇴직연금 성격의 공무원연금 수령액도 크지 않는데 고위직 공직자와 싸잡아 대폭의 연금수혜를 깎는다고 하자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급기야 공무원 연금개혁안을 주도한 김용학 연금학회장이 전·현직 공무원들의 거센 항의를 이기지 못하고 사임하는 사태로까지 번졌다. 논란을 조기에 수습하고 조정해야 할 정치권마저 리더십이 실종돼 혼란을 더 부추기는 꼴이 되고 있다. 오죽했으면 관련 부처인 박경국 안전행정부 제1차관이 "충분히 의견수렴을 한다는 전제하에 가급적 빨리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확정하는 게 좋다고 본다"고 말할 정도다.


새누리당의 의중이 담긴 이번 개혁안은 갈수록 늘어나는 정부의 공무원연금 적자보전액을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2003년 548억원이었던 정부 보전금은 지난해 약 1조 9,000억원까지 늘어났다. 더구나 연금학회의 분석에 따르면 지금의 구조로 지속될 경우 2023년 8조 8,000억원까지 정부보전금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개혁안은 재직 공무원의 연금 부담금을 현재보다 43% 올리고 수령액을 34% 깎는 개혁안을 제시했다. 뿐만 아니라 연금을 이미 수령하고 있는 퇴직자들에게도 '재정안정화 기금'이라는 명목으로 우회적으로 연금액을 삭감하도록 했다. 이 같은 개혁안이 적용된다면 단기적으로 정부보전금을 40% 이상 절감하는 효과가 예상된다고 연금학회는 주장했다.

공무원연금 수급연령도 국민연금과 비교하면 특혜나 마찬가지다. 현행 제도상 지난 1996년부터 2009년 사이에 임용된 공무원은 60세부터, 2010년 이후 임용자는 65세부터 공무원연금을 수령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1996년 이전 임용자의 경우 2000년 기준으로 재직기간이 20년 이상이면 나이와 상관없이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이와 달리 국민연금은 지난해부터 60세에서 한 살씩 늦어져 2033년에는 65세부터 받게 된다. 이에 따라 정부와 여당은 국민연금과 형평성 차원에서 공무원 연금 지급개시 연령을 65세까지 끌어 올려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기사



공무원연금 수령액이 먼저 퇴직 공무원들의 연금수령액과 일반 국민들의 국민연금 수령액의 차이가 너무 크다는 것도 개혁의 필요성을 더하고 있다. 실제로 2013년 기준으로 공무원연금 월 수령 평균금액은 1인당 219만원인 반면 국민연금은 84만원, 즉 둘의 차이는 2배가 넘는다. 이로 인해 최소소득의 보장이라는 연금의 기초 목적과 이 같은 상황이 과연 적합하냐는 문제를 제기한다. 이에 개혁안은 등은 장기적으로 국민연금과의 통합체계로 가는 것이 옳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일방적인 개혁추진에 공무원 노조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연금재정을 건전하게 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것은 이해하지만 원인이 정부에 있는 만큼 주객이 전도된 것이라는 게 공무원 노조의 주장이다. 반발의 주체인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은 "정부가 IMF 위기 당시 공무원 구조조정과 이후 공적자금으로 기금을 써 재정위기가 초래됐기에 국가가 공적연금을 강화해야 하며 현행 연금보다 후퇴하는 개혁안은 수용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 자체를 단순 비교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노후소득 보장이라는 국민연금과 달리 퇴직금의 일부와 공무원의 권리제한의 보상 등이 공무원연금의 성격에 포함돼 성격이 완전히 다른데 이를 단순 비교해 갈등만 조장한다는 게 공무원 노조 측의 주장이다.

공무원 내부에서도 갈등은 있다. 하위직 공무원과 고위 공무원 간의 연금 수령액 차이가 크다는 불만이다.

공무원연금 개혁 과정에 공무원노조 측이 철저히 배제된 것도 반발을 키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충재 전공노 회장은 "공무원연금 개혁 자체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공적연금의 총괄적인 논의가 필요한데 당사자들은 완전히 배제하고 논의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지난 22일 공무원연금 개편안 토론회가 예정돼 있던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장에서 한 공무원은 "연금학회는 어용학회"라며 "공무원연금 개혁을 논의하는 데 공무원이 빠졌다"며 억울한 심정을 토로했다.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즉 공무원연금이라는 큰 메리트가 사라졌을 때 우수한 인재들을 공직으로 어떻게 유인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가 남는다. 한 지방자치단체장은 사견임을 전제로 "연금은 공무원의 전부라고 해도 무리가 없다"면서 "연금 개혁을 마구 밀어붙여 추진한다면 개혁 이후 부정부패가 더 심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